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 등을 염두에 둔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블랙 스완' 같은 대폭락이 왔을 때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S&P500 지수는 2008년 9월12일 이후 2009년 3월9일까지 46% 폭락했다. 통계학자들은 이를 두고 이례적인 수익분포로 정규분포상의 측면 곡선이 상승한다고 해서 '꼬리 리스크(tail risk)'라고 부른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랙 스완 투자전략을 소개하며 발빠른 기관투자가들과 헤지펀드들이 변동성이 큰 침체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리서치사에 따르면 올 들어 캐풀라,파인리버캐피털 등 20여개 헤지펀드가 블랙 스완 투자를 위해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시장이 폭락해야 돈을 버는 펀드다. 세계 최대 채권회사인 핌코(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최근 글로벌 멀티-에셋 펀드를 통해 리스크 헤징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 자금의 일부를 옵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했다.

시장이 폭락할 때 일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할 수 있는 '풋 옵션'도 인기 상품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시장이 폭락하지 않으면 만기 때 아무런 가치 없이 소멸하게 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옵션 매수 비용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자산운용회사인 브린톤 이톤사는 도이체방크의 에메랄드라는 구조화 상품을 활용해 블랙 스완 위험을 예방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 에메랄드는 각종 지수와 연관된 파생 상품으로 일정 기간 내 변동성이 클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리스크 위험 관리를 가르치는 켄트 스메터스 교수는 현재 일반투자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블랙 스완 예상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아도 최대 손실 규모를 10%로 제한하고 시장이 상승하면 그대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그는 "시장이 혼란스러울수록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 스완'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중간 위험(median risk)을 택하지 말고,투자금의 85~90%는 지극히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옵션 등 투기적인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이 같은 투자전략은 대체로 약간 손실을 보도록 설계돼 있지만 시장이 폭락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 블랙 스완
검은 백조라는 뜻의 '블랙 스완(black swan)'은 2007년 나심 N 탈레브가 쓴 책의 제목으로 △9 · 11 무역센터 테러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이 발생 가능성은 극도로 낮으나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킨다.

◆꼬리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낮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투자 포트폴리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뜻한다. 이례적인 수익 분포가 여러 차례 나타나면서 정규분포상의 측면 곡선이 상승하는데 통계학자들은 이를 '꼬리 리스크(tail risk)'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