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이 법령과 규정을 위반해 직원들에게 수당 · 복리후생비를 6110억원이나 과다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관리 · 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일 한국전력을 비롯한 132개 공공기관과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를 대상으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무 부처의 감독 소홀을 틈타 공공기관들이 편법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분식결산으로 경영평가 자료를 제출하는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기업 방만경영 사례

가스공사 등 75개 기관은 근로기준법 및 정부 지침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해 휴가 · 휴일을 과다 운영해 작년에만 연차휴가 보상금 414억원을 더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주택관리공단과 철도시설공단은 노조와 이면협약을 맺고 임금과 연차수당을 과다 지급했다. 이들 두 기관은 분식결산한 경영평가 자료로 높은 경영평가 등급을 받았다. 한전 등 30개 기관은 경영평가 성과급 전액을 직원 퇴직금 산정시 평균임금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퇴직금 505억원을 과다 지급해왔다.

국민연금공단 등 26개 기관은 시간당 임금을 과다 산정하거나 할증률을 높게 적용하는 방법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352억원을 부당 지급해왔다.

◆주무부처는 팔짱만 끼고 있어

공공기관의 이 같은 방만경영에는 주무부처의 소홀한 관리 · 감독이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식경제부는 가스안전공사가 인건비를 예산보다 초과해 집행한 뒤 회계처리에서 고의로 누락시켜 보고한 결산을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했다. 국토해양부 고용노동부도 산하 기관이 법령이나 정부지침과 다르게 인건비 예산을 편성 · 집행한 예 · 결산을 승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지배구조도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이사회에서 의결할 사항을 기관장이 임의로 결정하거나 비상임이사가 정부지침 위배 안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경영통제 역할이 미비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각종 수당 및 급여성 복리후생비의 신설 · 변경 관련 규정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개정하도록 하는 등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과 비상임 이사의 직무수행 지침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