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의 주도세력은 단연 외국인이다. 하지만 최근 LG, LS 등 일부 지주사 종목에서는 기관이 외국인 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달 12일부터 전날까지 29거래일동안 꾸준히 LG 주식을 매입했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이 사들인 LG 주식은 796만6978주. 특히 투신권이 455만3661주를, 연기금이 166만5544주를 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연일 매물을 내놓으며 563만2438주를 처분, LG의 외국인 보유비중을 기존 34.68%에서 31.30%까지 낮췄다.

기관이 더욱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면서 LG 주가는 21.5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 3.29%를 크게 웃돈 것이다.

기관이 LG를 연일 사들인 것은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들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과 함께 비상장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 C&C, 아이마켓코리아 등 경쟁업체가 상장함에 따라 최근 시장에서는 LG의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점은 대부분의 비상장 자회사들이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되면서 실적 전망치를 상향시키고 있는 점"이라고 밝혔다.

서브원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지난 2분기와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6%, 47% 증가한 409억원, 1530억원에 이를 것으로 한국증권은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회사인 실트론도 공급과잉 해소로 분기별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실트론은 2009년 55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올 2분기와 연간으로 각각 275억원과 91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한국증권은 기대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들 비상장 기업 모두 '상장을 위한 외부감사인 지정신청'을 하지 않아, 상장은 단기보다는 중장기 이슈로 판단된다"면서도 "LG의 전략적 판단, 각 회사들의 필요성, 경쟁사의 상장 등 여러 여건을 볼 때 LG의 비상장 자회사들의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LS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지난 4일부터 11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며 LS 주식 26만6972주를 처분했다. 하지만 기관이 연일 사자에 나서며 LS 주식 80만3204주(투신 61만3817주 순매수)를 사들였고 주가는 9.82% 올랐다.

최근 원화 강세에 따른 이익 개선과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 LS의 투자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세계 각국의 스마트그리드 등 녹색 성장 사업 추진 확대에 따른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LS에 대해 하반기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매출이 본격화되고 군포 부지의 유동화 가능성이 부각될 뿐만 아니라 LS엠트론의 중국 트랙터 공장이 신규로 가동되는 등 다양한 모멘텀(상승동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LS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66% 증가한 708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LS전선의 지분법 손실 축소와 LS니꼬동제련의 외환관련 평가손실 일부가 이익으로 환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들 종목에 대한 기관 투자가들의 러브콜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펀드환매로 실탄이 부족한 투신 이 그동안 주가가 오른 주요 종목을 처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일부 종목에 집중해 수익률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