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책 30년 노하우 과테말라에 접목할 것"
"과테말라에 한국의 환경정책 성공 노하우를 전해주겠습니다. 한국 환경기업의 과테말라 진출도 적극 돕겠습니다. "

김인환 전 환경부 차관(68 · 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과테말라 환경자원부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퇴직전문가 해외 파견사업' 1차 대상자에 선발돼 지난달 31일 과테말라에 도착,현지 환경자원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김 전 차관은 과테말라 환경자원부의 환경정책과 공해방지정책의 자문역을 앞으로 1년간 수행하게 된다. 그는 "이곳 환경자원부의 차관을 비롯한 관료들이 한국의 환경정책 노하우를 전수받아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급속한 경제성장에서 나타난 환경오염을 빠르게 해결한 한국의 성공사례를 이들도 인정하고 있으며 한국과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환경정책 분야에서만 18년 일한 베테랑이다. 1977년 보건사회부의 환경국 과장을 맡으면서 환경보전법을 처음으로 제정,환경정책의 기틀을 놓았다. 이후 4대강 환경보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도 했다. 수질국장 시절에는 팔당특별대책지역을 지정했고,폐기물국장 때는 쓰레기 종량제 도입을 기획하는 등 굵직한 환경정책을 주도했다.

김 전 차관은 "공직생활을 마치고 계속 환경 관련 대학교수로 12년간 일한 뒤 정년퇴임했지만 보람 있는 일을 더 하고 싶었다"며 "올 3월 퇴직전문가 해외파견사업 공고를 보고 환경 분야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전문지식이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과테말라에서는 현재 수질오염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백두산 천지와 같은 대형 천연호수들이 이곳의 주요 수원인데 최근 인근 산림이 개발되면서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이 수돗물을 식수로 쓰지 못하고 생수를 사서 마셔야 하는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은 "과테말라 정부는 각 호수들의 수질 악화 상태를 전산화해서 나타내는 환경정보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환경정책과 정보기술(IT) 산업이 잘 돼 있는 한국으로부터 지원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테말라는 산림 황폐화로 인한 사막화도 중미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국가다.

김 전 차관은 과테말라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의 환경기업들이 진출하면 양국에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테말라 환경정책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링과 IT산업을 연계한 수준급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과테말라에 진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