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를 판매한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19일 결정된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됐다가 유보된 이후 지난달 두 차례 열린 제재심의위에서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등 논란을 불러온 사안이어서 금감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키코 판매로 기업들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제재 대상은 우리 신한 하나 한국씨티 SC제일 외환 산업 대구 부산 등 9개 은행과 이들 은행 임직원 60명이다. 금감원은 1년을 끌어온 사안인 데다 또 다시 미룰 경우 기업과 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재심의위는 키코 피해 기업과 은행 간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열리는 것이어서 징계 여부나 수위에 따라 소송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제재심의위의 쟁점은 소송에서 다투는 불완전 판매 여부가 아니라 은행이 판매 과정에서 은행업 감독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여서 소송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은행이 기업과 키코 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금융회사와 리스크헤지(위험회피) 목적의 반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받지 않고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 수위는 손실이전 거래 및 수출범위 내 환헤지와 관련한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약정한 구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기업이 손실을 보는 구조의 환헤지 상품이다. 기업들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키코에 많이 가입했으나 2008년 하반기 환율이 치솟자 대규모 손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18건의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난 2월8일 본안소송 첫 판결에서 재판부는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익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키코 계약이 부당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키코 본안 소송은 2월에 단행된 법원 정기인사 등의 영향으로 후속 판결이 지연되면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