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르네상스…디자인 서울…'개발 잔치' 벌이다 19조 빚더미
서울시가 '민선 5기 재정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민선 4기 시절 부채 규모가 급증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의 민선 4기가 출범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증가한 부채 규모는 7조816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서울시 부채는 2006년 대비 13.6% 증가한 2조992억원이 추가로 발생했고,SH공사는 같은 기간 6조9901억원의 부채가 새로 생겨 506%나 늘었다.

SH공사 부채가 서울시 전체 재무상태를 악화시킨 셈이다. 반면 서울메트로 및 도시철도공사 등 양대 지하철 공사의 부채 규모는 1조2750억원이 줄었다.

SH공사의 부채가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은평뉴타운,마곡지구,동남권 유통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면서 토지보상채권,공사채 발행 등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SH공사의 공사채 발행 규모는 2005년 2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06년 3조6000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지난해엔 8조2200억원으로 급증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마곡지구와 천왕2지구 등의 토지보상비로만 5조6000억원을 썼다"고 설명했다.

마곡지구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의 경우 완공 시점의 분양 수익을 통해 선투자한 토지보상비 및 건설 공사비를 회수하는 구조여서 총 4~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부채 비율이 줄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서울시 방침에 따라 2006년 9월 이후 후분양제가 전격 도입되면서 SH공사의 부채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SH공사 측의 분석이다. 유민근 SH공사 사장은 "후분양제가 실시되면서 선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시점이 2년 정도 지연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분양률이 저조했던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문정동에 건설한 가든파이브는 1조4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장기 악성 미분양으로 자금 조기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분양 물량은 적고 임대주택 비중이 높은 사업 특성도 부채 증가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SH공사의 임대주택 비중은 70% 선에 이른다. 대표적인 사업이 시프트(장기전세주택)다. 시프트 1채당 평균 30%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SH공사 측의 설명이다.

9000억원 규모의 마곡 워터프런트 및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각종 전시성 개발 사업에 치중해온 것도 부채를 늘렸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