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임상시험의 모든 것‥중증 난치성 환자에겐 무료로 치료받는 기회될 수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약시판ㆍ연구ㆍ응급임상 나뉘어
건강한 일반인 주로 '1상' 참여…
'대조군' 속하면 신약효과 못봐
믿을 만한 병원 고르는 게 중요…
불의의 부작용 막을 수 없어
다국가임상이 안전성 높은 편
건강한 일반인 주로 '1상' 참여…
'대조군' 속하면 신약효과 못봐
믿을 만한 병원 고르는 게 중요…
불의의 부작용 막을 수 없어
다국가임상이 안전성 높은 편
국내에서 시행되는 임상시험 건수가 늘면서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아울러 중증 난치성 환자가 유망신약을 먼저 접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는 기회도 커졌다. 불과 6년여 전만 해도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인간 마루타' 아르바이트는 의대 약대 간호대생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에는 임상시험 건수가 늘면서 일반대학생과 고시준비생들이 하루 30만원가량을 큰 힘들이지 않고 벌 수 있는 '괜찮은 알바'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는 환자나 건강한 자원자가 알아둬야 할 기초지식을 이상윤 한국화이자 의학부 이사(내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임상시험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신약의 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임상시험,외부의 의뢰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진행하는 순수 연구 목적의 연구자 임상,응급 상황에 놓인 환자를 위해 소규모 ·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되는 응급임상시험 등으로 나뉜다. 신약 시판용 임상시험은 국내임상시험과 다국가(국제)임상시험,기존 의약품과 동등성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인종별 차이를 감안해 외국에 허가받은 신약이 국내 환자에게도 유효한지 알아보는 가교시험(3상)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다국가임상시험 대상에 한국인이 포함되면 가교시험이 면제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신약의 효과를 가장 안전하고도 유효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임상시험은 당연 신약 시판을 위한 다국가임상시험이다. 응급임상시험은 말기 암 등 생명이 위급한 환자 등에게 시행되는데 신약시판용 임상시험보다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다국가 신약 임상이 환자에게 가장 좋다. 임상시험 참여를 희망하는 환자는 자신이 받는 시험이 어떤 종류인지,당국의 공식허가 절차를 얻은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ezdrug.kfda.go.kr)등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검색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병원 또는 보건당국자에게 면밀히 물어볼 필요가 있다.
신약 임상시험은 크게 1상,2상,3상으로 나뉜다. 1상은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없는지,약물이 체내에 들어가 독성물질로 변하는지 등 안전성을 확인하고 적정투여량을 결정하는 임상시험이다. 2상은 수백명의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단기투약에 따른 유효성과 부작용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3상은 수천명의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 · 효과,용법 · 용량,사용시 주의사항,장기 복용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결정하는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숫자는 예기치 못한 안전성을 고려해 최소화하는 게 글로벌 룰이다. 통계학적으로 약효를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를 정하되 기존 시판 약물의 전례를 감안해 임상시험자와 보건당국의 협의하에 결정되는 게 관행이다.
건강한 일반인이 아르바이트로 하는 임상시험 참여는 주로 1상이거나 생동성시험이다. 각 임상시험마다 기존에 몇 회 이상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은 엄정한 약효검증을 위해 배제하기도 한다. 약물이 신장 간장 폐 등 장기에 미치는 독성이나 기형 또는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은 각 제약사나 연구소에서 비생물적(in vitro) 실험과 쥐(설치류) 개(비설치류) 원숭이(영장류) 등 동물대상 전(前)임상시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하므로 안심해도 되지만,불의의 부작용까지 막을 수는 없으므로 희망자는 이런 문제를 숙지해야 한다. 항암제처럼 치료가 시급하고 독성이 상당한 신약은 1상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2상까지 진행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입증되면 3상을 나중에 시행한다는 전제로 2상 통과 후 시판허가가 나오기도 한다.
중증 난치성 환자에게 임상시험은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컨대 암환자의 경우 진단과 치료경과 확인을 위해 6~8주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고 의료진으로부터 각별한 점검을 받는데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된다고 한다. 더욱이 암은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제약회사가 환자를 보살펴주는 게 관례다. 드물게 돈을 받고 임상시험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비양심적인 처사다. 의료기관은 검증받은 약효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하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한편 임상시험을 신청해도 신약투여군이 아니라 대조군(기존약이나 가짜약 복용)에 속하면 신약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대조군에 속했다가 증상이 급속도로 나빠지면 임상시험윤리에 의거,대조군을 신약투여군으로 교체해주는 크로스오버(cross over) 조치가 시행된다.
환자들이 임상시험 혜택을 보려면 관심을 갖고 임상시험에 많이 참여하는 신뢰할만한 의사나 병원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신약임상 등 다음 단계의 치료책이 있는지 의료진에게 물어볼 필요도 있다. 아울러 의사가 다국가 신약임상시험을 추천하면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수용하는 게 대체적으로 이로운 치료결과를 이끌어낸다.
약효를 검증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즉 △기존 약보다 사망률,치료반응률,생존기간 등에서 통계학적으로 우수한지 알아보는 우위성(superiority) 검증 △기존 약의 추정 약효 하한선보다 높은 것을 입증하는 비열등성(non inferiority) 검증 △기존 약의 추정 약효 범위 안에 드는 것을 증명하는 동등성(equivalence) 검증 등이 있다. 신약이라면 당연히 우위성을 검증하는 게 원칙이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거나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약효를 재검증하는 용도로 비열등성이나 동등성 검증이 사용된다.
약효를 검증할 때 가짜약을 투여해도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라고 한다. 통상 플라시보효과는 증상이 호전된 환자 또는 발현된 약효의 15~30%에서 나타나는데 신약은 이보다 높은 약효를 입증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해당 질병의 역학적 통계 등을 바탕으로 플라시보 효과의 강도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시험 통과기준을 설정하게 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