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지난 13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출한 조직개편안(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바로 전날 재정경제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건이 부결되자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의회가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을 본회의에서 뒤집은 사례는 6 · 7대 시의회 때 각각 한번에 불과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시의회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 조직개편안에 따라 서울시에서 신설 또는 통합되는 부서를 놓고 상임위끼리 서로 "우리 소속 부서"라며 티격태격하다 결론이 안 나자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교육,관광,교통 관련 조직을 놓고 재정경제위,교육위,문화관광위,건설위,교통위 등이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 과정도 이상했다. 다른 안건들은 기명투표로 처리했으나 조직개편안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졌다. 결과는 찬성 39표,반대 60표,기권 3표.정당별 의석 분포(민주당 79석,한나라당 27석,교육의원 8석)를 보면 야당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오 시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뉴타운과 도시계획 담당 부서를 정비,서울의 부동산 개발정책을 다시 수립할 계획이었다. 또 보건복지와 교통 · 재난 안전을 담당하는 조직을 일원화하고 학교 주변 폭력방지를 위한 부서도 신설할 예정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로운 안을 만들어 시의회 의결을 받을 계획이지만 의사일정이 언제 다시 잡힐지 알 수 없고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답답해 했다. 조직개편안 부결로 통상 9월 초 실시되는 서울시 하반기 인사와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25개 자치구 인사 등도 미뤄지게 돼 공무원들 역시 동요하고 있다.

시의회가 이날 가결한 '서울광장 집회 허용 조례'는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밀어붙인 결과라 해도 조직개편안은 상임위에서 통과된 것처럼 본회의에서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통과시켰어야 할 사안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조직개편안이 정작 부결되자 의원들 사이에서도"통과시켜줘야 했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뒤늦은 반성이 적지 않게 나왔다는 후문이다. 서울시 내부는 요즘 야대(野大) 의회 때문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임현우 사회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