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첫 원자력발전소인 부셰르원전이 21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이란이 이 원전을 이용, 핵무기 제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가동에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이란과 서방국가들 간의 갈등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13일 AFP통신에 따르면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21일 부셰르원전의 원자로에 연료를 주입할 것"이라며 "다음 달 중순부터 원자로 가동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살레히 대표는 "연료 주입식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도 함께 배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남서부에 위치한 이 원전은 10만㎾급 원자력발전소로 1974년에 착공됐다. 그러나 이슬람혁명과 이란 · 이라크 전쟁 등이 겹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가 1995년 이후 러시아 국영 원자력 회사인 로스아톰의 지원을 받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원전에 연료가 주입된 후 최대 발전용량에 이르기까진 6~7개월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가동 20년 후엔 이란 전체 전력 수요의 17.5%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AFP통신은 이란의 첫 원전 가동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원전을 이용,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셰르원전은 농축하지 않은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가압중수로와 달리 가동을 위해선 농축 우라늄이 필요한 가압경수로다. 이를 위해 이란은 원심분리기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는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 농축시설이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이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증명될 때까지 원전 가동 시기를 미뤄 달라고 러시아에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부셰르원전은 제재의 영향권 밖에 있다며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거부했다.

이란도 자국 핵 프로그램은 에너지 수요 증가와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평화적인 용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