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량 1천MW, 가압경수로 방식 원전

착공 36년 만에 본격 가동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이란 첫 원자력발전소인 부셰르 원전은 이란 남서부 걸프 연안의 부셰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부셰르 원전 건설 사업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지원으로 이란에서 핵 연구가 활발해지던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는 1967년 미국의 지원으로 테헤란 핵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1975년에는 미-이란 핵협정을 체결, 60억달러 가량의 미국 원자력에너지 장비를 도입하는데 합의했다.

부셰르 원전은 미-이란 핵협정 체결보다 한 해 앞선 1974년 독일 지멘스의 지원으로 건설이 시작됐지만 1979년 이슬람혁명 발발로 반(反) 서방 분위기가 확산되자 지멘스는 원전 건설사업을 포기했다.

원자로 2기 중 1기는 공정률이 85%에 달했을 정도로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미완'의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은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 때 발전 설비가 대부분 파괴됐고 이에 따라 이란의 원전 건설 사업도 잠시 중단되게 된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당시 대통령이 핵 개발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란의 핵 연구도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1995년에는 드디어 러시아와 부셰르 원전 완공을 위한 협력 의정서를 체결, 원전 건설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공사비 지급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착공에서 지난해 시험 가동까지 무려 35년이 걸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압경수로 방식의 부셰르발전소의 건설비용은 10억 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발전용량은 1천㎿(10만㎾)다.

한국형 원자로라고 불리는 울진원자력 3ㆍ4호기의 발전용량이 100만㎾임을 감안하면 부셰르 원전은 발전용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그리 큰 규모로 보긴 어렵다.

부셰르 원전은 가압경수로이기 때문에 천연 우라늄을 바로 사용할 수 없고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가 2∼4% 정도 농축된 핵연료봉이 필요하다.

이란은 이 핵연료봉을 자체 생산해 원자력 발전의 자주성을 확보한다며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원심분리기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는데 미국 등 서방은 바로 이 농축시설이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발전 뒤 사용 후 핵연료에서 다시 핵분열성 물질인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서방이 부셰르발전소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플루토늄을 농축하면 핵연료봉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우라늄과 마찬가지로 고농축을 하면 핵무기의 원료도 될 수 있다.

부셰르 원전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2004년 7월에는 이스라엘군이 부셰르 원전을 선제 공격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마쳤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란 군부의 강경파는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부셰르 원전을 공격하면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의 디모나 핵시설을 보복 폭격할 것이라고 맞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부셰르원전은 지난 6월 이란에 대한 유엔의 4차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고, 미국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증명될 때까지 원전 가동 시기를 미뤄달라고 러시아에 요청하면서 또다시 완공 연기 가능성이 대두돼 왔다.

러시아는 그러나 부셰르원전과 같은 경수로 원전은 추가 제재의 영향권 밖에 있다며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결국 착공 36년 만에 본격 가동을 눈 앞에 두게 됐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