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1720선으로 주저 앉았던 코스피 지수가 13일 개인들의 저가매수세에 20포인트 이상 급등하고 있다.

하루에도 지수가 20~30포인트씩 오르내리는 장세가 사흘째 연출되면서 투자자들이 헷갈리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탄탄한 펀더멘털을 보유하고 있는 우량주 가운데 인수합병(M&A) 모멘텀이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M&A에 대한 기대감까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인수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건설이 가장 눈에 띈다.

양측 모두 현대그룹의 적통을 잇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나 먼저 인수 참여를 공식화하고 나선쪽은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공식화했고 이미 현대건설 인수자문사로 맥쿼리와 도이체방크 컨소시엄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골드만삭스, HMC투자증권, 삼일회계법인 등을 인수 자문사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증권은 현대차그룹이 골드만삭스를 현대건설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 현대그룹과의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을 업종내 최선호종목으로 유지했다.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자금력과 그룹내 건설 수주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기관투자가들도 현대건설에 주목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펀드환매로 기존 주요종목들을 처분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현대건설 주식 567만8781주(5.10%)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기관은 지난 7월 이후 현대건설 주식 625만5111주를 순매수했다.

SK네트웍스와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여성복 1위 업체인 한섬도 마찬가지다. 한섬은 그동안 매각설이 계속됐지만 SK네트웍스가 지난 11일 한섬에 대해 인수가격, 시기 등 제반 조건을 검토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M&A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섬은 이제 M&A를 계기로 여성복 1위라는 지위와 우량 자산 등 기업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며 "재료 노출보다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인수여부와 구체적인 인수 방식, 금액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SK네트웍스의 내수 부문, 특히 패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한섬의 매각 의지를 고려할 때 인수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EBITDA) 800억원 이상을 창출하는 영업가치, 현금성 자산 및 투자자산, 보유부동산 가치가 장부 가액으로 3500억원에 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인수가액은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희승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일각에서는 브랜드 파워 및 디자인 능력 저하, 높은 수익성과 효율성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SK네트웍스 의 여성복에 대한 투자 의지와 자본력, 오브제 인수에서 빚어진 시행착오와 노하우, 디자이너를 육성하고자 하는 기업 문화 등을 감안할 때 중장 기적으로 한섬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면서 더 규모있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