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 근처 고속도로에서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도로 옆 가드레일을 뚫고 10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모두 그 자리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이처럼 비가 오면 도로면과 타이어 사이의 수막현상 때문에 차가 미끄러지기 쉽고 중앙분리대나 가드레일과 충돌해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비오는 날 고속도로 사고는 매년 약 7000건에 이른다.

따라서 비가 오면 차량속도를 줄여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로는 더 과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경부고속도로 24개 지점에서 맑은 날과 비오는 날의 평균 속도를 측정했더니 오히려 비오는 날 평균 속도가 더 높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비가 내려 도로가 젖은 경우에는 최고속도를 20% 줄여야 하지만 단속이 없는 권고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눈이 오거나 도로가 얼어 있으면 운전자가 속도를 충분히 줄여 안전운전하지만 상대적으로 비는 두려워하지 않고 평소처럼 운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다 보니 맑은 날 교통사고에 비해 빗길 사고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건조하거나 눈이 내린 상태의 고속도로 사고는 30% 이상 줄었지만 젖은 도로에서는 1.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제한속도가 변경되고 표지판 숫자도 바뀌는 '가변 제한속도 제도'가 도입된다. 독일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날씨뿐만 아니라 교통량,도로보수 공사 여부에 따라 제한속도를 수시로 변경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치사율이 크게 낮아졌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차량 간의 속도차이가 줄어들면서 빗길 사고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