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까지 오르는 급등세를 보인 끝에 사흘 연속 상승 마감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 등을 감안했을 때 최근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급격한 환율 하락을 바라지 않는 외환당국의 개입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외환시장의 수급 상황과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고려하면 환율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경기 둔화 우려 확산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70전 오른 1186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3원50전 오른 1196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직후 1200원까지 상승했다. 환율이 장중 1200원대로 오른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에는 미국의 6월 무역적자가 499억달러로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올 들어 7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233억1500만달러로 정부의 연간 목표치(230억달러)를 넘어섰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였지만 이면에 숨어 있는 환율 상승 요인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2008년까지 이어진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에 따른 달러매물 공백이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지만 그만큼의 달러가 외환시장으로 공급되고 있지는 않다"며 "그 중 상당 부분은 2~3년 전에 선물환 매도를 통해 이미 외환시장에 공급됐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주식 투자 동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거래소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9일과 10일 각각 590억원과 5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11일 106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고 12일에는 순매도 규모를 5426억원으로 늘렸다. 이 밖에 휴가철 해외여행에 따른 외화 수요와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따른 22억달러 규모의 외화 수요 등 일시적인 요인도 환율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하락세 속 단기 급등 가능성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 다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평균 환율이 1136원으로 지금보다 50원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환율이 3분기 말 1057원,4분기 말 1025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보다는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경상수지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 환율 하락 전망의 근거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매매동향 등에 따라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100원대 환율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고 있다"며 "환율이 3분기 말에는 1200원대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환율이 3분기 중 하락하다가 4분기 들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말 1130원,4분기 말 1150원을 예상한다"며 "환율이 11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경우 외환당국이 달러화 매수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