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금리결정 회의를 열고 연 2.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졌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글로벌 경기 불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금통위가 내놓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과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은 예상을 벗어나는 강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다.

금통위는 발표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물가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표문의 앞과 뒤를 바꿔 놓는 방식으로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김 총재는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번까지는 견조한 성장을 이끄는 것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지난달 시작한 출구 전략 이행을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 총재는 "지난달 연 2.25%의 기준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은 한은이 언제,어느 정도의 폭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냐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다음 달 추석 연휴(21~23일)를 앞두고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김 총재는 "추석은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한은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식으로 9월,11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출구 전략 이행의 근거인 '물가 불안 가능성'을 한은이 과도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민간 연구소와 정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머무르는 등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최근의 경제 상황이 "비정상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고 평가하는 등 경기 침체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계와 서민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경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포인트 하락한 연 3.76%,5년 만기는 0.05%포인트 내린 연 4.33%로 각각 마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