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근래 재정적자 위기의 큰 고비를 넘기고 각종 경기지표도 호조세를 보이지만 미국발 위험요인을 의식,당분간 기존 경기 부양책을 계속 유지키로 하는 등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15개월째 1%로 동결했다. 영국중앙은행(BOE) 역시 17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적지 않은 만큼 당분간 경기부양 조치를 계속해 나간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머빈 킹 BOE 총재는 "경제 성장이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금리만 보면 출구전략은 아직 먼 얘기다.

특히 유럽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지역 내 은행들의 건전성이 일단 합격점을 받았지만 당분간 꾸준히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은행들이 적지 않은 등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점이 출구전략 시행을 막고 있다. 또 지역 내 경제가 독일의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미국 등 대외경기가 악화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독일 경제가 수출 증가와 함께 실업률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떨어지는 등 각종 지표가 개선되면서 ECB가 조만간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등 출구전략 시행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신흥국들의 경우 출구전략에 돌입한 곳이 적지 않다. 브라질은 이미 올 들어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브라질중앙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10.25%에서 0.5%포인트 올렸지만 인상폭은 예전 대비 둔화돼 올해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인도 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4.5%로 0.5%포인트 올리는 등 올 들어 네 번이나 인상했다. 호주 중앙은행(RBA) 역시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최초로 기준금리를 올린 뒤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김동욱/강경민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