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청소년들은 징병연령이 되기 1년 전인 17세가 되면 남녀 모두 신병모집센터에서 적성 · 능력 · 심리 · 신체검사와 인터뷰 등을 해야 한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신체점수와 심리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겨 어떤 부대에 지원할 수 있는지 결정된다.

최상의 조건을 갖춘 학생에게는 엘리트부대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8200부대는 처음에 4000여명이 지원해 혹독한 시험과정을 거쳐 400명으로 압축된다. 또다시 6개월간의 훈련과 시험을 거쳐 20명이 최종 선발되면 최고의 과학기술 교육을 통해 전문가로 육성된다. 이스라엘의 인터넷 구인란과 구인전단에 '8200부대 출신 우대'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탈피오트'라는 부대는 이보다 더하다. 상위 2%의 학생에게만 지원 기회가 주어지는 이 부대는 들어가기도 어렵고 훈련기간도 가장 길다. 41개월의 훈련을 거쳐 6년을 복무해야 하므로 최소 9년 이상을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 그런데도 앞다퉈 지원한다. 대학과 군대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집중적이고 밀도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피온이 되면 1년 안에 수학 · 물리 과목의 대학 정규과정을 마치고 끊임없이 주어지는 전략 · 전술적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공부해야 한다. 탈피오트 프로그램은 국방연구소가 관리하는 초엘리트 교육과정으로 이를 이수하면 '탈피온'이라는 명예를 부여받게 된다. 탈피온의 명예는 군에서는 물론 제대 후 사회에서도 그대로 인정된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배출된 650여명의 탈피온은 이스라엘 최고의 학자나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창업국가》는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경제대국이 된 이스라엘의 성장비결을 밝힌 책이다. 저자들은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과학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생산적인 군대 시스템,혁신적인 벤처창업 문화를 그 비결로 꼽는다. 도전정신이 살아있고 하이테크 벤처 천국을 이뤄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 · 창업국가)'으로 불리는 이유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업국가였던 이스라엘은 사막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70년대 초 부총리실 산하에 최고과학기술집단을 두고 지식산업 육성정책을 펴왔다. 이를 통해 1970년대엔 해수의 담수화 기술을 집중 육성해 세계 특허를 장악했고,1980년대에는 오일쇼크 대비책으로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안전기술을 확보했다. 1990년대에는 벤처창업을 장려해 세계 지식산업을 주도했고,지금은 인터넷 보안기술을 통해 세계 인터넷 상거래의 플랫폼을 장악했다. 미래 예측을 통해 10년 후를 미리 보고 준비하는 선점전략을 편 결과다.

우리처럼 안보 불안을 겪는 환경에서도 군대가 수많은 하이테크 벤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도록 창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은 특히 인상적이다. '미국은 왜 군대 경험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혁신과 기업가 정신으로 활용하지 못하는가'라는 저자들의 질문은 우리에게도 던져볼 만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