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서를 하다 강단에서 넘어져라"

속셈학원 강사로 시작해 시가총액 480억원대 코스닥 상장사의 대주주이자 사장이된 하태윤 에듀언스 대표(49). 교육전문 대표 브랜드를 꿈꾸며 착실히 외형을 키워나가고 있는 하 대표는 핵심 '맨파워'인 일선 학원강사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교육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학원강사를 일등 강사로 만들어내는 것이 저의 주된 임무 중 하나입니다. 칠판에 열심히 적기만 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때론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해 집중력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비법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재밌게 가르쳐야 집중력도 높아지고 학생들의 실력도 쑥쑥 자란다는 얘기다. 1986년 대학을 갓 졸업하고 속셈학원 강사로 출발한 하 대표는 이제 전국의 오프라인 학원 26개를 거느린 교육사업체 에듀언스 사장이 됐다. 회사명 에듀언스((Education+Science)는 과학적인 교육으로 시너지를 높이겠는 뜻에서 지었다.

25년간 학원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듀언스' 간판을 단 학원을 전국 주요 거점에 구축하는 것이 1차 목표다.

"학원사업도 시스템이다"

하 대표는 속셈학원 수학강사였다. 1986년 대학을 갓 졸업하고 병환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나선 첫 직업이 학원강사였다.

노력한 만큼 큰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학원강사로 나선지 6개월만에 서울 상암동 달동네에 학원을 직접 차렸다.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하바드속셈외국어학원이 그것이다. 지하실 13.2㎡(4평)짜리 학원이었지만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에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과외가 금지되던 시절 이런 갈증을 풀어주는 곳이 속셈학원이었습니다. 달동네여서 대부분 어려운 가정이 많았지만 교육열 만큼은 강남지역 학부모 못지 않았어요. 일요일에도 하는 보충학습과 과제를 철저히 평가하고 피드백 해준 것이 단순하지만 성공비결이었습니다"

하 대표는 4평짜리 지하실에서 1년만에 79.2㎡(24평) 지하실로 학원을 키웠고, 삼양동으로 옮겨서는 660㎡(200평)로 세를 확장했다.

이후 서울 쌍문동이 상전벽해처럼 막 신시가지로 변화할때 이사를 해 4000명의 학원생이 북적거리는 대형 학원을 일궈냈다. 서울 강북에서 유명한 젠아이학원이 이렇게 탄생했다.

"학원의 본질적 가치는 학생들 실력 향상이죠. 이는 강사의 능력에 좌우됩니다. 좋은 선생님을 확보해야 학원이 성공하지만 강남과 같은 특수지역 외에 지방이나 서울 변두리는 좋은 강사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보통의 학원강사를 능력있는 강사로 만들어내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나섰고, 그것이 바로 에듀언스의 가장 큰 밑천이 된겁니다."

학습관리와 학원관리를 일원화하고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학습상태에 관한 자동화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일일테스트와 과제수행여부 등을 가정에 통보해 주는 온라인 시스템도 구축했다. 아울러 학원도 입학과 수업, 원생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이런 하 대표의 꿈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 에듀언스다. 지금은 메가스터디와 같은 온라인 교육업체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을 때 오프라인 학원을 묶어내는 전통적 학원사업을 벌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교육은 수능을 앞두거나 각종 시험을 목전에 둔 학생들에게는 긴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초등학생과 중학교 1,2학년들은 일상적인 교과학습과 외국어 교육이 더 절실하지요. 사교육 시장이 인구감소와 함께 위축될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오히려 보편적 교육권 측면에서는 저렴한 오프라인 학원이 앞으로 더 전망이 밝다는 생각입니다"

"올 순익 100억원 달성할 것"

하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학원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부 지역 학원 대표들과 함께 에듀언스를 설립했고, 지난해 2월 자동차부품업체 씨엔씨테크를 통해 우회상장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1위를 달리는 입시, 내신, 어학 관련 학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자영업방식 학원의 장단점을 고려해 이를 온-오프라인 연계 토탈교육서비스로 기업화하는 전략이다.

지역에서 실적이 검증된 우량 단독학원을 ERP 시스템은 물론 온라인교육시스템과의 시너지로 전략적인 통합을 이뤄내는 방식이다.

검증된 학원이라고 판단되면 영업권을 인수한다. 학원장에게는 인수대금의 25%를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75%는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으로 지급한다. 물론 보호예수 기간을 1년으로 정해 물량부담을 줄이는 안전장치도 갖춘다.

"처음 인수대상 학원장들을 만나면 의심부터 하게 돼죠. 하지만 에듀언스의 향후 기업가치와 4년간 평가를 통해 매년 인수가액을 조정 지급하는 방식을 설명하면 더욱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할인점 이마트가 전국 도시의 인구분포와 소비여력 등을 고려해 입지를 정하듯이 저희도 이마트 지점수 정도의 학원을 인수할 계획입니다"

에듀언스는 우회상장 후 1년여만에 자동차사업부문의 부실을 정리하면서 관리종목에서 해소됐고, 올 3분기 결산 이후나 내년 초에 자동차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매각할 예정이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이 85%로, 유통 주식수가 절대 부족한 문제도 해법을 찾고 있다.

하 대표는 "올해 매출 421억원, 영업이익 13억원, 순이익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며 "올해 14개 학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미 9개 학원을 인수한 상태인 만큼 이런 상태로 성장이 지속되면 5년 안에 순익 1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