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주의 주도주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업황 둔화 우려에 기관과 외국인이 비중을 급격히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초 IT주에 대한 전망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높아진 기대치의 역풍을 맞는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쪽의 경기둔화 우려가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IT株, 급락…외인·기관 동반 매도

11일 IT주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팔자'에 급락하고 있다.

오후 2시26분 현재 코스피 전기전자업종지수는 2.62%의 급락세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72억원과 21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80만원이 붕괴된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1만4000원(1.77%) 내린 77만9000원을 기록 중이고, 하이닉스 LG이노텍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삼성테크윈 LG전자 등은 3~5%대까지 밀렸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전날 바클레이즈와 베어드가 PC시장 전망을 하향조정해 인텔과 AMD의 목표주가를 낮췄다"며 "이에 따른 여파로 미국 증시에서 IT주가 조정을 받았고, 한국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PC를 비롯한 IT 소비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베어드(Baird & Co.)는 "유럽 및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의 경기부양책 철회로 PC판매가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인텔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조정했다.

또 "8월 PC 주문이 크게 감소했고 9월에도 반등은 없을 것"이라며 "올여름부터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음에도 PC제조업체들이 상반기 너무 많은 반도체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IT, 사실상 주도주에서 탈락 "하반기 조정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IT주들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하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주가흐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올 초 IT업종에 대한 핑크빛 전망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이에 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IT주는 사실상 주도주의 자리에서 내려와야할 처지에 놓였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은 "예상보다 PC 수요가 낮아진 것은 맞다"며 "이에 따라 IT주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주가가 너무 많이 내려왔지만, 현 주가는 3분기 호실적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IT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실적 우려에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수기 진입과 PC교체 주기에 따라 9,10월은 전월대비로 판매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확인하기 전인 8월까지는 IT업종의 변동성이 클 것이란 판단이다.

동부증권은 IT업종에 대한 조정이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쪽의 경기전망이 좋지 않아 올 3분기는 예년과 같은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며 "중국의 10월초 국경절 수요로 IT주가 잠시 반등할 수는 있지만, 경기 모멘텀(상승동력)이 나쁘기 때문에 IT는 하반기에 잘해야 박스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수급이라는 진단도 했다. 이민희 연구원은 "상반기 IT와 자동차에 집중된 자금이 지수가 박스권흐름을 보이면서 소재 등의 업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증시로 들어오는 자금이 없어진 상황에서 하나를 사려면 하나를 팔아야하는데, 자금이 있는 곳은 IT 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