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의 화두는 '상생(相生)'이다. 국어사전에 담긴 상생의 뜻은 이렇다. 먼저 음양오행설이 나온다. 서로 맞물려 잘 돌아가는 바퀴처럼 상생의 조화를 이루는 '짝'들이 음양오행의 바탕을 이룬다. 예를 들어 금(金)은 수(水)와,수는 목(木)과,목은 화(火)와,화는 토(土)와,토는 금과 각각 조화를 이룬다. 전통적인 상생의 틀은 대기업과 협력사를 축으로 한 것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그 영역이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 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상생 경영은 사회에서 소외받기 십상인 서민과 불우 계층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협력사의 부담을 줄여라

협력사들의 경영 악화는 원청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99개의 부품을 모두 조달해도 나머지 1개의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가 도산하면 완제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최근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KT는 협력업체의 재고 부담 완화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협력사들이 KT가 구매할 물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수요(需要) 예보제'를 만들었다. 또 통신사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구매가 50% 이상 줄어드는 품목은 사전에 미리 통보해 악성 재고를 털어낼 수 있도록 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 영역 보호'를 강조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영역을 대기업들이 기웃거리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이다.

현대 · 기아차도 원자재값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협력사들이 받는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철판과 같은 주요 원자재를 그룹에서 대규모로 사들여 공급하기로 했다. 가격 인상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아 완충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또 분기별로 원자재값을 살펴 5% 이상 급변할 경우 제품값에 반영해주기로 했다.


원가 절감은 협력사 몫으로

동부는 협력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원가 절감 부분을 협력사의 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동부건설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협력사가 제안한 대안 공법을 적용해 원가 절감을 하게 되면 줄어든 비용 절반을 떼어내 협력사에 지급하고 있다.

STX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원자재값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매주 주요 원자재값 추이를 알려주고 있다. 원자재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협력업체들의 경영전략 수립을 돕는다는 차원에서다. 또 매년 협력사 평가를 통해 실적이 좋은 실무진은 해외 연수를 보내주기도 한다. 협력사의 실무진이 해외 시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반드시 구매를 한다는 조건을 달아 협력사와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주요 원자재에 대해서는 단가 연동제를 통해 다양한 상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영세협력사에 자금지원

두산중공업은 협력기업 대출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협력업체가 두산중공업과 체결한 전자계약서만 갖고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일반 신용대출보다 3%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로 돈을 대출받아 생산자금 등으로 사용한 뒤 두산중공업이 납품대금을 지급하면 자동 상환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도를 활용하면 협력업체들이 연간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S는 1500여개 협력사와 서면계약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6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협력업체들에 총 310억원에 달하는 네트워크론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현금 결제 비율도 높여 LS전선과 LS산전은 지난해 10% 수준에 불과했던 현금 결제 비율을 최근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LS전선은 이를 위해 납품 대금을 지급할 때 기존 '어음 결제'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는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민대출, 문화공헌 등 사회공헌도 활발

OCI는 상생 협력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기 위해 송암문화재단을 통한 문화사업도 벌이고 있다. 고미술과 근대 미술품의 전시 및 한학연구 지원으로 우리 문화의 질을 한층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또 임직원들로 구성돼 지난해 출범한 '1004 봉사대'는 최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충북 단양 영춘면의 만종마을에서 일손돕기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삼성은 미소금융재단을 통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미소금융재단 출연금을 3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늘려 서민들이 낮은 금리로 목돈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