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 가까운 시일 내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힘에 따라 반환 폭과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왕실의 행정기관인 궁내청 쇼로부(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조선왕실의궤'등을 돌려주겠다는 뜻은 명백해 보이지만 소장 도서류를 전부 돌려줄지,일부만 반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지학자인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이 지난 2월 분석 ·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쇼로부 소장 한국 고서는 모두 639종 4678책에 달한다. 이 중 우선 반환 대상은 661책인 것으로 박 원장은 꼽았다. 조선총독부의 소장인이나 기증인이 찍힌 책 79종 269책,조선시대 임금에게 유교 경전과 역사를 가르치던 '경연(經筵)'의 소장 도장이 찍힌 3종 17책,대한제국의 제실도서 직인인 '제실도서지장(帝室圖書之章)'이 찍힌 38종 375책 등이다.

박 원장은 "이들 도서는 조선왕실이 소장했던 것이 명백하고 대부분 조선총독부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음이 거의 확실하다"며 "반환 대상 도서 중 일부는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나 희귀본"이라고 말했다. 국보나 보물급 문화재도 많이 있다는 얘기다.

반환 대상 도서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조선왕실의궤 81종 167책이다. 조선왕실의궤는 조선시대 왕실과 국가의 혼사 · 장례 · 잔치 등의 주요 의식과 행사의 준비 및 진행 과정을 그림과 글로 남긴 것이다. 명성황후국장도감의궤 가례도감의궤 등의 조선왕실의궤는 조선총독부가 1922년 조선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에 있던 책들을 기증이란 이름을 빌려 일본에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쇼로부가 소장한 한국 전적류의 전체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 반환 대상 도서의 규모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 일본이 조선왕실의궤만 돌려주겠다거나 우선 반환 대상 가운데 일부만 돌려주려 할 경우 반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프랑스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겠다고 했을 때도 막상 실무 협상에서는 난항을 겪었다.

이경훈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장은 "실무 협상을 통해 일단 기초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반환 대상 도서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반환 대상을 조선왕실의궤에 한정하거나 '이번이 마지막 반환'이라는 조건을 달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는 6만1409점.이 가운데 매매 · 기증 등의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유출된 문화재는 반환 대상이 아니지만 조선총독부와 같이 국가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유출된 문화재는 반환 대상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