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일종인 '개인퇴직계좌(IRA)'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이 올 연말 퇴직연금제 도입을 앞두고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는 경우가 많아 세제혜택과 노후 대비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가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 삼성 한국투자 동양 신한투자)의 개인퇴직계좌 가입자 수는 작년 말 1443명에서 지난달 말 1만1689명으로 7개월 새 9배 가까이 불어났다. 661억원에 불과했던 적립금 규모는 4582억원으로 7배 늘었다. 은행 보험도 IRA 가입자 수가 증가하면서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4.4%에서 올 상반기 9.7%로 올랐다. 삼성 KT 등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도입으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사례가 많은 데다 명예퇴직을 실시한 기업이 늘면서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IRA는 근로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일시금 등을 자신 명의의 계좌에 적립했다가 마지막 직장에서 퇴직 후 수급 자격이 되면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류재광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팀장은 "세금우대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IRA시장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자금일 경우에만 가입 가능한 개인퇴직계좌는 퇴직금 수령 후 60일 이내에 계좌를 개설,자금을 이체하면 5.5%의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또 계좌를 해지하기 전까지는 매년 부과되는 금융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류장욱 대우증권 퇴직연금사업부 팀장은 "계좌를 해지할 땐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한 총액 기준으로 퇴직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직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자금을 불려나갈 수 있다는 점도 개인퇴직계좌의 장점이다. 류장욱 팀장은 "이직으로 퇴직금 수령 경험이 있는 직장인 중 60% 이상이 퇴직금을 생활비나 내구재,부동산 구입 등에 모두 써버린다"며 "개인퇴직계좌는 이처럼 불필요한 곳에 자금이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형준 한국투신운용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원은 "굳이 뭉칫돈을 쓸 일이 없는 직장인이라면 퇴직금을 개인퇴직계좌에 적립해 향후 노후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