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 문턱서 '3無 장세'…종목별 약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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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無 : 주도주·수급·모멘텀
한·미 금리 결정 앞두고 몸 사려
거래대금 줄고 대형주도 부진
"내수주 중심 방어전략 짜라"
한·미 금리 결정 앞두고 몸 사려
거래대금 줄고 대형주도 부진
"내수주 중심 방어전략 짜라"
증시가 1800선 문턱에서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졌다. 수급 주체와 주도주,모멘텀이 한꺼번에 사라진 전형적인 '3무(無) 장세'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초만 해도 1800선을 쉽게 돌파할 기세였지만 7거래일째 1780선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투자자들이 눈치만 보고 있는 탓에 거래도 한산하다. 12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외국인이 선물을 대거 파는 것도 시장에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가 부진해 당분간 관망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수는 횡보하더라도 중소형주 등 재료를 가진 개별 종목들은 약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대금 연이틀 4조원대로 저조
10일 코스피지수는 9.04포인트(0.50%) 내린 1781.13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뉴욕증시가 반등했다는 소식에 지수는 상승 출발,장중 1794.55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 5번째 장중 1790선을 넘어서며 1800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 약세로 돌아섰다. 개인과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각각 786억원,520억원에 그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2550억원 순매도하며 약세장에 베팅했다. 지수는 지난 3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하루 변동폭이 0.5% 미만인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하한기를 맞은 증시가 수급 주체,주도주,모멘텀이 없는 '3무 장세'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우선 투자 주체들이 뚜렷한 매매 방향을 잡지 못해 거래가 부진하다. 지난달 14일 8조원을 넘어섰던 거래대금도 이달 9일 4조1000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이날도 4조9600억원에 그쳐 이틀째 4조원대를 기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새벽 나오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도주 없는 순환매 장세
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가 주춤한 사이 이를 대체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KRX 반도체지수는 업황 둔화 우려로 지난달 2.98% 떨어진 데 이어 이달에도 0.25% 추가 하락했다. KRX 자동차지수도 이번 달 들어 2.14% 떨어졌다. 조선 기계 화학 등 소재주를 중심으로 한 순환매가 지수를 받쳐주고는 있지만 추가 상승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매 주체별로 확실한 방향성이 없고 주도주 없이 종목별 순환매에 의존하다 보니 지수 오름세도 한계가 있다"며 "거래대금도 4조원대로 줄어 시장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장에 기여했던 실적 모멘텀도 2분기 어닝시즌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힘을 잃었다.
◆내수주로 단기 조정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시장이 체력을 회복하기까지 지수는 1750~1800선 사이의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미국 등 선진국 경기 둔화 우려로 IT 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들이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여 지수가 당장 재상승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리 이슈가 단기적으로 조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뉴욕 증시가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부담"이라며 "미 금융당국이 채권 매입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언급하지 않을 경우 실망감으로 글로벌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당분간 내수주 중심으로 방어적인 전략을 짜라는 주문이 많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떨어지자 외국인이 IT주를 팔고 보험 유통 전기가스 등 내수주를 사들이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화증권은 연말 강세장에 대비해 금융 화학 에너지주 등을 조정 기간에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