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강북 모처에서 중요한 시험이 치러졌다. 3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자산을 운용할 기금운용본부장 후보 6명에 대한 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이 있었다. 13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선정 본부장의 후임자를 뽑는 자리다.

하지만 이날 면접을 통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추천위는 '6명 중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결정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투자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역량있는 사람이 후보자로 나서기를 바랐으나 추천위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능력이 뛰어난 인사들은 (기금운용본부장의)연봉이 적어 꺼리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재공모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후임이 올 때까지 현 본부장이 운용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운용본부장 선정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까닭은 국민연금 기금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노후에 받게 될 연금의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다. 해외에서도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을 사들일 때 한번에 수천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큰손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권한이 막강한 만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의 정치적 압력에 좌우되지 않아야 하고 전문가로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은 지난해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이 갖고 있었으나 올해부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행사하게 됐다. 작년 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상임이사 임명권을 기관장이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해서 재공모를 거듭하는 것은 곤란하다. 물론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현직 본부장이 자리를 지킨다지만 '300조원 국민연금'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언제 채울지에 대한 시간표만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상은 경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