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후 7시55분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안성나들목 부근에서 트럭이 승합차를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차로의 3차로를 달리던 승합차 운전자 이모씨와 동승자는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속도를 확 줄이고 주변을 둘러보다 두 사람 모두 참변을 당했다. 뒤따라오던 2.5t트럭에 치여 승합차는 4차로로 튕겨나갔고,구모씨가 운전하는 5t트럭에 다시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트럭 운전자 구씨도 사망했다.

자동차보험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교통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객이 내는 자동차보험료 중에서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인 손해율이 매우 높다. 손해율을 떨어뜨리지 않고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통제하기 어렵다.

◆교통사고가 적자의 '주범'


우리나라 도로에서 매일 16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23만199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5838명이 사망했고 36만1871명이 다쳤다. 2008년보다 사망자 수는 0.5% 감소했지만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는 오히려 7.5%,6.8% 각각 늘었다.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해보면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인한 사고가 12만6340건(54.5%)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어 신호 위반이 2만7582건으로 11.9%를 차지했다.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사고도 2만4454건으로 10.6%를 기록했다. 기본적인 안전운행 수칙과 법규만 지켜도 사고의 80%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09.7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5.7건의 1.7배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도 2.9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5명의 2배에 육박한다. 이는 1980년대 후반의 OECD 평균에 해당하는 수치다. 교통안전 수준이 OECD 회원국들보다 20년 이상 뒤처져 있는 셈이다. 교통 선진국인 일본(0.8) 독일(0.9) 호주(1.1) 프랑스(1.2)와의 격차는 더 크다.

◆10조원이 넘는 사고비용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 · 경제적 손실도 크다. 도로교통공단이 2008년 일어난 교통사고를 대상으로 총생산 손실법에 의한 비용을 분석해 보니 총 교통사고 비용은 10조8315억원에 달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작년 교육예산(6조3000억원)의 1.5배에 이르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교통사고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보험료 인상을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손보사들은 71% 안팎을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적정 손해율로 잡고 있다. 손해율이 여기서 1%포인트 상승하면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약 1%의 적자가 발생한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가 연간 11조원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손해율을 1%포인트만 낮춰도 1000억원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

국내 손보사들의 손해율은 거의 매달 적정 손해율인 71%를 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82.6%로 3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부터 하향세를 보이며 4월 72.7%로 떨어졌으나 5월 76.6%로 반전한 이후 6월에는 77.4%,지난달에는 78.7%까지 상승했다. 여름 휴가철과 추석연휴가 끼어 있는 하반기에 손해율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 자동차보험 관계자들의 얘기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감소하면 손보사 손해율이 낮아져 고객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며 "교통사고는 개인적으로도 손실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모든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적자 심해져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2000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영업에서 5조2432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만 936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14개 손보사 가운데 자동차보험만으로 흑자를 기록한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조차 140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자동차보험 비중이 큰 온라인 손보사들은 어려움이 더 크다. 2006년부터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든 현대하이카다이렉트는 첫해 220억원의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007년 97억원,2008년 69억원,지난해 2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손보사로 꼽히는 프랑스 AXA가 2007년 인수한 AXA다이렉트 역시 지난해까지 자동차보험 영업에서 683억원의 누적 적자를 봤다. 이 때문에 온라인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벗어나 일반보험과 장기보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에르고다음손보는 지난 5월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 일반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현대하이카도 올해 10월께 일반보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큰 폭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총 1조54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장기보험,일반 상해보험,자산 운용 등 다른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자동차보험으로 흘러들어가는 형태였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가입자,주주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율이 낮아지지 않으면 손보사들은 장기보험 등 다른 상품에서 얻은 수익으로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자동차보험 가입자와 다른 보험 가입자 간 형평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