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육정육사(六正六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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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만큼 직언을 할 용기가 없다면 그 자리에 남아 있어선 안 된다. 비난받지 않는다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하원의원,두 번의 국방장관 등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가 고위 공직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은 '럼즈펠드 규칙'의 일부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런 규칙을 지키려는 자세가 오랜 공직생활을 탈없이 해내는 데 힘이 됐을 것이다.
2002년 9월 중앙인사위원회는 '장관의 성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지침서'를 펴냈다. 이른바 '장관 매뉴얼'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부터 지명된 후 청문회 준비기간,부임 후 1주일,퇴임 후에 이르기까지 장관이 유념하고 실천해야 할 사항과 처신법을 실었다. 장관에게 필요한 소신이나 새벽에 전화를 건 기자에게 친절하게 대답하라는 등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담아 참고하도록 했다.
공직자 지침은 이미 중국 전한시대에도 있었다. 유향(劉向)이란 학자가 바른 신하와 나쁜 신하를 각각 여섯 가지로 구분한 '육정육사(六正六邪)'다. 바른 신하로는 앞일을 헤아려 군주에게 선정을 베풀도록 하는 성신(聖臣),좋은 계획을 진언하고 옳은 길로 가도록 보필하는 양신(良臣),어진 사람을 적극 추천하는 충신(忠臣),일을 잘 처리해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지신(智臣),원칙을 존중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정신(貞臣),잘못을 거침없이 지적하는 직신(直臣)을 들었다.
반면 녹을 탐하고 지위에 안주하는 구신(具臣),아첨을 일삼는 유신(諛臣),겉과 속이 달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간신(奸臣),남을 참소해 분열을 일으키는 참신(讒臣),개인적 이익만 추구하는 적신(賊臣),군주의 혜안을 가려 나라를 망치는 망국신(亡國臣)은 나쁜 신하의 범주에 넣었다. 2000여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요즘 들어도 그른 게 하나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지침들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직에 오르면 바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큰 폭의 개각으로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이끌어갈 진용이 갖춰졌다. 입각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계획이 있겠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正),또는 사(邪)로 평가가 갈릴 것이다. 나라를 위해 후회없이 일하는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2002년 9월 중앙인사위원회는 '장관의 성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지침서'를 펴냈다. 이른바 '장관 매뉴얼'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부터 지명된 후 청문회 준비기간,부임 후 1주일,퇴임 후에 이르기까지 장관이 유념하고 실천해야 할 사항과 처신법을 실었다. 장관에게 필요한 소신이나 새벽에 전화를 건 기자에게 친절하게 대답하라는 등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담아 참고하도록 했다.
공직자 지침은 이미 중국 전한시대에도 있었다. 유향(劉向)이란 학자가 바른 신하와 나쁜 신하를 각각 여섯 가지로 구분한 '육정육사(六正六邪)'다. 바른 신하로는 앞일을 헤아려 군주에게 선정을 베풀도록 하는 성신(聖臣),좋은 계획을 진언하고 옳은 길로 가도록 보필하는 양신(良臣),어진 사람을 적극 추천하는 충신(忠臣),일을 잘 처리해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지신(智臣),원칙을 존중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정신(貞臣),잘못을 거침없이 지적하는 직신(直臣)을 들었다.
반면 녹을 탐하고 지위에 안주하는 구신(具臣),아첨을 일삼는 유신(諛臣),겉과 속이 달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간신(奸臣),남을 참소해 분열을 일으키는 참신(讒臣),개인적 이익만 추구하는 적신(賊臣),군주의 혜안을 가려 나라를 망치는 망국신(亡國臣)은 나쁜 신하의 범주에 넣었다. 2000여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요즘 들어도 그른 게 하나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지침들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직에 오르면 바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큰 폭의 개각으로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이끌어갈 진용이 갖춰졌다. 입각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계획이 있겠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正),또는 사(邪)로 평가가 갈릴 것이다. 나라를 위해 후회없이 일하는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