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설계로 한옥 공사비 절반으로 낮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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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목수' 가업 이은 조전환 이연한옥 대표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 시공으로 성가 높여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 시공으로 성가 높여
"한옥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과 현대화를 통해 한옥을 양옥과 동등한 위치에서 선택 가능한 주거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
조전환 이연한옥 대표(49)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옥 전문 설계 · 시공업체인 이연한옥을 2000년부터 경영 중이다.
조 대표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한옥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소비자들에게 마음에 드는 한옥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옥 선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비싼 가격은 공장제 생산으로 해결했다. 3차원 설계 시스템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법을 한옥 설계에 최초로 도입한 것.이 방식을 사용하면 설계 단계부터 모든 부품의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그동안 한옥 건축은 현장 목수의 능력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었다"며 "BIM 기법을 도입해 개별 부품을 공장에서 만들어 결과물의 편차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공사 기간과 건축비도 줄였다. 그는 "3.3㎡당 1200만~1500만원 수준이던 공사비를 600만~800만원까지 낮췄다"며 "표준화된 부품 덕에 공사 기간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옥을 설계하고 시공,유지 · 보수할 수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급형 한옥 브랜드인 '내가 짓는 한옥'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표준화된 공정과 부품으로 공사비를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려 한옥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다.
조 대표는 주택뿐 아니라 호텔이나 종교시설을 한옥으로 짓는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 중이다. 국내 최초 한옥 호텔인 경주의 '라궁'도 조 대표의 손을 거쳤다. 그는 107명의 목수를 이끌고 한옥 부문 공사 책임을 맡았다. 최신 설계 시스템인 BIM을 사용하게 된 계기도 라궁 공사를 통해서였다. 조 대표는 "워낙 대규모 공사라 3D 컴퓨터 설계를 시도하게 됐다"며 "시행 착오를 거치며 한옥에 3D 설계 시스템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은 경기 용인시 고기동 일대에 조성할 한옥 단지.단지 내에는 한옥 24채가 들어서며 하나의 마을 형태를 갖추게 된다. 조 대표는 "한옥을 타운하우스로 조성하면 한옥의 단점으로 꼽히는 보안과 관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며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한옥만 배치하는 형식으로 마을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내부를 한옥처럼 만드는 한옥아파트와 최대 4층으로 짓는 복층 한옥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한옥이 활성화되려면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건축 관련 법들이 양옥 중심으로 제정돼 있다"며 "한옥과 양옥의 구조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법령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부와 접해 있는 누마루를 아파트 베란다처럼 전체 면적에서 빼주거나 높이 짓기 힘든 한옥의 특성을 감안해 건폐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조 대표의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목수를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15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목수일을 시작했고,경복궁 복원 작업에 참여하면서 무형문화재인 문기현 선생 밑에서 한옥을 배웠다. 그는 "궁궐의 관리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한옥을 짓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아들 역시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다. 조 대표는 "아들이 원한다면 4대에 걸쳐 목수일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조전환 이연한옥 대표(49)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옥 전문 설계 · 시공업체인 이연한옥을 2000년부터 경영 중이다.
조 대표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한옥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소비자들에게 마음에 드는 한옥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옥 선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비싼 가격은 공장제 생산으로 해결했다. 3차원 설계 시스템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법을 한옥 설계에 최초로 도입한 것.이 방식을 사용하면 설계 단계부터 모든 부품의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그동안 한옥 건축은 현장 목수의 능력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었다"며 "BIM 기법을 도입해 개별 부품을 공장에서 만들어 결과물의 편차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공사 기간과 건축비도 줄였다. 그는 "3.3㎡당 1200만~1500만원 수준이던 공사비를 600만~800만원까지 낮췄다"며 "표준화된 부품 덕에 공사 기간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옥을 설계하고 시공,유지 · 보수할 수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급형 한옥 브랜드인 '내가 짓는 한옥'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표준화된 공정과 부품으로 공사비를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려 한옥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다.
조 대표는 주택뿐 아니라 호텔이나 종교시설을 한옥으로 짓는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 중이다. 국내 최초 한옥 호텔인 경주의 '라궁'도 조 대표의 손을 거쳤다. 그는 107명의 목수를 이끌고 한옥 부문 공사 책임을 맡았다. 최신 설계 시스템인 BIM을 사용하게 된 계기도 라궁 공사를 통해서였다. 조 대표는 "워낙 대규모 공사라 3D 컴퓨터 설계를 시도하게 됐다"며 "시행 착오를 거치며 한옥에 3D 설계 시스템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은 경기 용인시 고기동 일대에 조성할 한옥 단지.단지 내에는 한옥 24채가 들어서며 하나의 마을 형태를 갖추게 된다. 조 대표는 "한옥을 타운하우스로 조성하면 한옥의 단점으로 꼽히는 보안과 관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며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한옥만 배치하는 형식으로 마을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내부를 한옥처럼 만드는 한옥아파트와 최대 4층으로 짓는 복층 한옥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한옥이 활성화되려면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건축 관련 법들이 양옥 중심으로 제정돼 있다"며 "한옥과 양옥의 구조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법령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부와 접해 있는 누마루를 아파트 베란다처럼 전체 면적에서 빼주거나 높이 짓기 힘든 한옥의 특성을 감안해 건폐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조 대표의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목수를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15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목수일을 시작했고,경복궁 복원 작업에 참여하면서 무형문화재인 문기현 선생 밑에서 한옥을 배웠다. 그는 "궁궐의 관리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한옥을 짓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아들 역시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다. 조 대표는 "아들이 원한다면 4대에 걸쳐 목수일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