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기업의 거물 CEO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게 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애플의 디바이스 엔지니어링 부서의 수석 부사장인 마크 페이퍼마스터가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애플 측의 공식 성명은 없었지만 페이퍼마스터 부사장의 사임은 아이폰4의 안테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애플이 안테나 문제로 크게 곤혹을 치르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의 역할은 맥 엔지니어링 부서의 수석 부사장인 밥 만스펠드가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퍼마스터 부사장은 2008년 IBM을 떠나 애플로 옮겨온 뒤 아이폰과 아이팟 사업부문을 이끌어왔다.

세계적인 PC업체인 HP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허드는 성희롱 논란으로 전격 사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마크 허드 CEO가 과거 HP 협력업체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 자체 조사를 받았고 논란이 확대되자 사퇴한다고 보도했다.

허드 CEO는 성명서에서 “조사가 진행되면서 신뢰와 존경 등에서 HP의 기준과 원칙을 어겼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HP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HP 이사회는 허드 CEO가 성희롱 관련 사내 규정을 위반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비용처리와 관련해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사의를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성희롱 문제에 휘말린 해당 여직원과의 사이에서 성관계는 없었으나 여직원과의 관계를 위해 명시되지 않은 회사 비용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허드 CEO는 이 여성과의 관계를 위해 지난 2년 간 여행과 식사, 숙박 등에 약 2만 달러 이상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HP는 최고재무책임자 캐시 레스잭을 임시 CEO로 지명했고, 차기 CEO 선임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허드 후임자를 물색할 예정이다.

2005년 칼리 피오리나에 이어 CEO 자리에 오른 마크 허드는 재임 5년 간 PC와 출력장비, 솔루션 등 분야에서 HP를 가장 영향력 있는 IT 업체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CEO의 자리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노키아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구글 등에 밀리고 주가 역시 40%가 넘게 떨어지는 등 고전이 계속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CEO 교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키아는 애플이나 구글·IBM 출신의 고위 임원급을 영입할 계획을 갖고 이미 요르마 올릴라 회장이 주요 IT 기업 CEO들과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 중 몇몇은 핀란드로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는 이유로 스카웃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라스부오 CEO는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나와 휴대전화 시장을 재편하기 1년 전인 2006년부터 노키아의 CEO를 맡아왔다.

이후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하면서 점유율이 하락했고, 대부분의 모델이 저가 위주라 수익성 또한 악화됐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