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드카 시장 쟁탈전이 본격화된다. 세계 1위 제품이지만 국내 시장에선 3위에 머물고 있는 '스미노프'가 프리미엄 제품 값을 20% 내려 이달부터 가격을 올린 국내 1위 '앱솔루트'에 선전포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수입주류 시장은 매년 축소되고 있지만 보드카는 연평균 18%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 상품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내달 1일부터 프리미엄급 보드카인 '스미노프 블랙'(700㎖)의 출하가격을 2만7000원에서 2만1600원으로 20% 내린다고 8일 밝혔다. 윈저 등 위스키 값은 3.9% 올리지만 보드카 값은 오히려 내리기로 한 것이다. 또 스미노프 레드(750㎖)는 1만4800원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미노프 블랙의 출하가는 페르노리카의 앱솔루트(750㎖ · 2만3683원)보다 낮아지게 됐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1일 보드카 가격을 5% 올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디아지오가 프리미엄급 보드카 값을 내린 것은 급성장 중인 국내 시장에서 세계 시장 '넘버 1'인 스미노프의 점유율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가격을 낮춰서라도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보드카 시장에서 지난해 스미노프의 판매량은 3위인 앱솔루트(1037만상자,9ℓ 기준)에 비해 2.3배가량 많은 2399만상자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앱솔루트가 스미노프보다 9배가량 많이 팔렸다. 올 상반기 앱솔루트 판매량은 2만1368상자로 스미노프(2559상자)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리미엄급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디아지오가 공격적 전략을 선택한 것은 국내 보드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커지는 시장을 잡으면 값을 내리더라도 매출이 늘어 이익을 낼 수 있다.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0년간 국내 보드카 시장은 연평균 17.48%씩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에선 스미노프와 앱솔루트,한국씨이케이가 수입하는 스카이,바카디코리아의 그레이구스,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스톨리치나야 등 보드카가 9만7000상자 팔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