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노래를 잘하고 악기를 잘 다루면 어디에 쓸 수 있을까. 회식자리 분위기 띄우기,노래방 고득점,장기자랑 참가? 현대모비스 사내 음악동호회인 '모비션'은 노래 및 악기를 다루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는 동호회다.

모비션은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한편 각종 사내행사에서 화합을 유도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엔 공연 수익금 및 대회 상금으로 독거 노인촌 지원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회원들은 20~40대로 10여명의 본사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2003년 외부에 회사를 알리고 바람직한 동호회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사내 행사 때마다 '분위기 띄우는 데 최고'란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외부 업체에서 주최하는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 동호회는 창단한 해 12월 첫 공식행사였던 사내 '송년의 밤'을 시작으로 매년 제주도에서 열리는 신입사원 입사식,직장인밴드 릴레이 콘서트,회사 창립기념식,지하철 광장 공연 등 꾸준한 연주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단독 공연도 여러 차례 가졌다. 순수 아마추어 밴드로 시작한 모비션은 최근 '부활'이나 '봄여름가을겨울' 등 국내 정상급 뮤지션으로부터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섰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다양한 직급이 모였는데 위계질서도 엄격하지 않을까? 대답은 '노(no)'다. 연습실과 공연장에서 고참에 대한 호칭은 '형'이다. 주말마다 현대 계동사옥 인근에서 연습을 한다. 한 멤버는 "회사 내에서 자신이 평소 꿈꾸던 일을 하거나,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그런 점에서 전 행운아죠"라고 말했다.

열정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모임이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올초 홍익대 근처에서 펼친 공연 때의 일이다. 베이스 파트의 이종림 사원은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았는지 격렬하게 연주했다. 기타 줄을 튕기는 핑거링을 하다 결국 손가락 마비가 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팔꿈치를 기타에 기댄 채 손톱만으로 1시간여 연주를 마무리하고 보니 손가락 끝에선 피가 쉼없이 흐르고 있었다. 분위기에 젖어 손톱이 빠져버린 줄도 몰랐던 것.출혈량이 예상 외로 많아 공연 뒤풀이 자리도 마다한 채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다.

모비션 멤버들은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최근 한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탔고 부상으로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샐러리맨에게 공돈 100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멤버들 사이에서 상금 용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인원 수에 맞게 나누자" "새 악기를 구입하자" "연습실을 큰 곳으로 옮기자"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서울 혜화동에 있는 독거노인촌 어르신들을 위해 사용했다.

멤버들은 앞으로 공연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 계획이다.

모비션 멤버들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삶을 즐길 수 있는 모비션,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편이 돼줄 수 있는 10여명의 멤버,그리고 모비션의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자체만으로 우리는 혜택받은 사람들"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정승주 품질기획팀 대리(모비션 동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