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백화점 패션매장에 한겨울 아이템인 다운점퍼가 등장했다.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라푸마 등 아웃도어 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올 가을 · 겨울 신제품을 미리 내놓고 판매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이상저온 현상으로 방한용 다운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점을 감안,올해는 업체마다 생산물량을 2~3배씩 늘려 고객잡기에 나섰다.

출시는 앞당기고,판매물량은 늘려

올 여름 가장 먼저 다운점퍼 신제품을 선보인 곳은 아웃도어 브랜드 K2다.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7월 중순부터 다운점퍼를 매장에 진열했다. 이 브랜드는 초경량 다운부터 섭씨 38~50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은 발열 다운재킷,북유럽 물오리털을 이용한 250만원대 프리미엄 다운 등을 기획했다. 이 회사 정용재 마케팅 팀장은 "2008년부터 다운 수요가 점차 늘어나 지난해 판매율은 85~90%에 달했다"며 "다양한 고객들의 수요에 맞춘 전문가형 클라이밍 다운부터 일상생활에서 입는 패션 다운까지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다운제품은 20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 효자 아이템으로 꼽힌다. 시즌별로 한두 개 스타일 정도만 품절되는 게 보통이지만 작년 겨울에는 이례적으로 대부분 브랜드의 다운제품이 90% 넘게 팔려 나갔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다운점퍼로만 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밀레도 작년 하반기에 판매한 다운점퍼 매출이 전체의 22%를 차지했다.

다운 브랜드들은 올해도 이들 제품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생산 물량을 작년의 2~3배로 늘려 출시했다. 밀레는 전년 대비 2배로 늘렸고,K2는 2.5배가량을 늘리면서 스타일 수도 1.5배로 확충했다.

퀀텀눕시다운으로 인기가 높은 노스페이스의 성가은 골드윈코리아 마케팅팀 이사는 "올해도 이상기온 현상으로 강추위가 있을 것이란 기상 예보와 10~20대 노스페이스 마니아 고객들의 수요로 다운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랜드별로 다운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중국의 생산공장마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청공장까지 모두 활용해 10월까지 생산일정이 꽉 잡혀있다"고 전했다.

할인 · 사은품으로 소비자 구매 유도

아웃도어 업체들은 다운제품 판촉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겨울 신상품을 여름에 미리 선보여 '얼리어답터'들의 입소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반응을 사전에 분석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밀레는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전국 매장에서 구스다운재킷 판촉 행사를 실시한다. 고밀도 초경량 다운재킷,외피 · 내피를 바꿔서 입을 수 있는 멀티제품 등을 내놓고 사은품 증정과 함께 20% 할인해준다. 김태경 밀레 이사는 "다운 제품의 수요가 워낙 많아 겨울이 되면 고객들이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를 쉽게 구입하기 힘들어 소비자들이 미리 구입한다"며 "업체 입장에서 보면 다운제품으로 비수기인 여름철 매출 상승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오는 21일부터 10개 전 아웃도어 브랜드가 참가하는 '구스다운 사전판매' 행사를 벌인다. 강우진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작년에 없어서 못팔았을 정도로 다운제품이 인기를 모았다"며 "올해는 롯데온리 상품 등 기획상품과 2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다운 신제품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