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날 때에 대비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간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앞으로 경제여건이 악화될 경우를 가정해 금융회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은행에 부동산 가격이 50~60% 하락하는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은행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때 부동산 가격 30% 하락을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한 것보다 더 엄격한 조건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새 스트레스 테스트는 부실대출 급증을 야기할 수 있는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침체는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 회복 속도를 더욱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는 2분기 성장률이 10.3%로 전 분기(11.9%)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과거에 비해 엄격한 부동산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한 것과 관련,오히려 시장에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니컬러스 콘소너리 유라시아그룹 아시아 담당 스페셜리스트는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60%까지 하락할 것으로는 보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은행의 자본건전성은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감위가 지난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30% 하락할 때 은행 전체적으로 부실대출 비율이 2.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0개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은 지난 6월 전달 대비 0.1% 하락했다. 16개월 만에 첫 하락세였다. 노무라증권은 중국 부동산 가격이 향후 12~18개월간 20%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블이 많은 일부 대도시는 이 기간에 하락폭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강화한 부동산 긴축 조치 영향으로 일부 대도시에서 버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