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채권의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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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것을,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돈이나 채권 같은 등가물을 보유하는 것은 잘못된 투자 전략이지만,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돈이나 채권 투자가 바람직한 선택이 된다.
이처럼 전혀 다른 방향의 리스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누가 옳다는 결론은 아직까지 유보된 상태다.
매파로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을 강조했던 제임스 블라드 美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마저도 최근들어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그는 지난 주부터 "미국이 일본처럼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파드 총재 뿐 아니라 세계적인 채권투자회사인 핌코는 지금까지 "미국의 국채는 버리라"던 주장을 뒤집고 "내년에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며 채권을 주워 담고 있다.
정말 디플레이션이 올까?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고 채권으로 갈아타야 할까?
올 4월에 4%까지 올랐던 美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현재 2.9%까지 하락했으니, 채권을 주워 담은 그들의 선택이 아직까지는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채권과 주식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으니 그들의 생각이 종국적으로 옳다고 판단하기도 이른 것 같다.
경기가 위축되고 그 여파로 상품이 팔리지 않아 향후 가격이 내려간다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는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한 미국 기업들의 2분기의 실적은 매출 상승으로 인해 긍정적 실적을 발표했다고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는 주로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으로 만들어진 '부풀려진 실적'에 내년 세금 인상을 앞두고 회계적인 "이익의 선반영"이 실적 호전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이후 기업의 이익이 다시 침체되면서 더블 딥 혹은 소프트 패치 국면이 재개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8년간 美 달러화가 33%나 하락했음을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부채는 GDP의 35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미국의 디플레이션이 용인된다면 현재의 GDP 규모로 볼 때 실효부채 증가로 인해 미국은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인플레냐, 디플레냐 하는 논쟁을 벌여 굳이 답을 얻으려 할 필요는 없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탕감받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화폐 가치의 절하이며, 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종국에는 모두가 우려하는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에서는 이번 주초에 만기가 돌아오는 모기지 채권을 되살 수 있다는 발언으로 지난 3월 이후 중단됐던 양적 완화가 재개될 수 있음을 암시한 바 있다.
이는 적어도 디플레이션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것이 채권 투자자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이 주식은 물론 채권가격마저도 동시에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분간 디플레와 인플레의 논란 속에 채권과 주식의 동반상승이라고 하는 불편한 동거(同居)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