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가 세계경제에 다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3일 발표된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중국의 비제조업 PMI,그리고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침체와 중국의 성장둔화가 지속되면서 불거졌던 세계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차 하강) 우려도 일단은 사그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성장동력 잃고 있는 미국

미국은 경제회복 동력(모멘텀)이 악화되고 있다. 이날 ISM이 발표한 7월 제조업지수와 상무부가 공개한 6월 건설 지출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지만 전반적인 경기 평가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다. ISM 7월 제조업지수는 55.5로 전달(56.2)보다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재고를 확충하기 위한 생산활동이 둔화되면서 ISM 제조업지수는 4월 60.4를 기록한 뒤,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또 미국의 6월 공장주문이 전달보다 1.2% 감소했다. 이는 5월에 1.8%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이어서 제조업 경기의 둔화세가 우려되고 있다.

미 경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신뢰지수도 6월과 7월 2개월 연속 감소했고 기존 주택 판매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주택 압류건수가 줄지 않고 있는데다 주택 가격이 갚아야 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금을 밑도는 가구가 전체의 20%에 달해 단시일 내 주택 가격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탓에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날 "정부는 재정지출 축소와 증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적으로 불안한 모습이지만 유로존 경제가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고 유럽 은행들의 자본력이 탄탄한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자신감을 찾게 돼 경제 회복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한편 미 상무부는 6월 미국의 개인 소비와 소득이 모두 제자리 걸음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개인 소비와 소득이 각각 0.1%,0.2%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을 밑도는 것이다. 소득이 정체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재정위기 조금씩 벗어나는 유럽

유럽 경제는 독일과 영국의 경제지표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가시지 않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 같은 유럽의 안정세는 7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제조업 PMI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7월 유로존 제조업 PMI는 56.7로 3개월 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의 55.6보다 높아졌을 뿐 아니라 당초 예상치 56.5를 뛰어넘는 호성적이다. 비유로존 유럽 최대 경제국인 영국의 7월 PMI도 57.3으로 6월의 57.6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치 57.0은 뛰어넘었다. 앞서 영국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1%를 기록,1999년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서기도 했다.

각종 지표가 장밋빛으로 나오고 있지만 성급하게 경기회복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킷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내에서도 독일과 네덜란드,오스트리아와 다른 국가 간 지표 격차가 크다"며 "유럽경제가 독일의 수출실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성장둔화 중국,연착륙할까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를 고점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HSBC가 발표한 제조업 PMI가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비제조업 PMI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가 발표한 7월 비제조업 PMI는 60.1로 지난 6월의 57.4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 억제 △지방정부 대출규제 △중공업 구조조정 등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PMI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경제가 8% 안팎 성장해 연 9.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이 악화되고 △에너지다소비 업종의 구조조정에 따라 중공업의 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해지는 데다 △자연재해가 지속돼 농산물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태완 · 김동욱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