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 도입을 놓고 2년 넘게 다툼을 벌여온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이번에는 저출산 대책을 놓고 맞붙었다. 복지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돈을 푸는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고 재정부는 "퍼주기식으론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복지부와 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제2차 저출산 · 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을 마련 중이며 그 결과를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2006년 세웠던 제1차 기본계획이 올해 끝남에 따라 향후 5년간 적용할 추가 대책이다. 정부 관계자는 "2차 기본계획은 크게 '저출산'과 '고령사회''성장동력' 등 세 분야로 나눠 마련된다"며 "부처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부처 간 실무협의를 통해 조율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예산 늘려라"

복지부의 입장은 저출산 해소에 필요한 가족지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의 가족지원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의 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에 크게 못미친다"며 "OECD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예산 지원을 통해 자녀양육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관련 대책으로는 아동 양육수당 확대,직장보육시설 의무사업장 확대,육아휴직 확대,불임 · 난임수술 지원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양육수당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0~2세 영아를 둔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원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양육수당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지원액도 월 40만원으로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또 보육료 등 일반 아동수당도 '소득 수준에 따른 비용 지원'에서 '자녀 수에 따른 지원'으로 바꾸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혼모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확대도 고려 중이다. 직장보육시설을 갖춰야 하는 사업장도 현재 500인 이상 기업(또는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으로 돼 있는데 기준을 낮춰 의무사업장을 확대하자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재정부 "퍼주기식은 안된다"

재정부는 접근 방식부터 복지부와 다르다. 재정부 관계자는 "1차 기본계획에서도 각종 보육지원책 등 200여개에 달하는 대책을 마련해 20조원가량을 쏟아부었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며 "건전 재정이 화두로 등장한 만큼 퍼주기식 지원보다는 실효성 위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따라서 2차 대책에서 물질적 재정 지원책보다는 출산의욕을 꺾는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바꿔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출산을 앞둔 여성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兩立)이 중요한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재정부는 복지부 주장을 따를 경우 재원조달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일각에선 이와 관련,가족친화세와 같은 별도의 세원을 신설해 가족지원 예산 부족을 메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특정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세금을 걷는 것은 세제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정작 필요한 세원을 발굴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