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의 방일기간 일본 정부의 '국빈급 대우'가 정치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일본 정부는 김씨에 대한 과잉 대우 논란과 관련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세가 거세지자 '한국 정부가 요청한 것'이라고 책임을 한국으로 떠 넘겼다.

김씨가 일본을 떠난지 10일이 지났지만 방일기간 김씨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않고 있다.

◇ "한국 정부가 헬기유람 요청" = 일본의 납치문제담당상인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공안위원장은 3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김씨의 헬리콥터 유람 논란과 관련 "한국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유람여행이었다"고 밝혔다.

나카이 공안위원장은 "한국측으로부터 이런저런 조건과 요구가 있어서 교섭을 거듭했다"면서 "한국측이 김현희씨를 어느곳이라도 좋으니까 관광여행을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김씨의 헬리콥터 유람 등 과잉 대우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한국측이 요청한 것이라고 책임을 한국 정부로 떠넘긴 것이다.

김씨는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일본을 방문했고 사흘째인 지난달 22일 숙박지인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별장에서 마지막 날 체류지인 도쿄시내 호텔까지 헬리콥터로 이동하면서 도쿄주변의 주요 관광 포인트를 이곳 저곳 둘러봤다.

헬리콥터로 1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40여분간 이동했다.

김씨를 이례적으로 하토야마 전 총리의 별장에 숙박토록 한 것도 비판의 표적이 됐다.

일본 정부는 김씨가 납치피해자 가족에게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고 했고 경호 문제 등을 감안해 하토야마 총리의 별장을 택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김씨를 한국으로부터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동원하고 공항에서 숙박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호를 위해 교통신호등을 제어한 것도 비난을 받았다.

◇ 나흘 체류에 경비 4억원? = 일본 정부가 김씨 초청에 많은 돈을 쓴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사마다 일본 정부가 김씨에게 쓴 경비 추정액이 다르지만 산케이신문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약 3천만엔(약 4억원)을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4월 황장엽씨 초청비용(1천만엔)의 3배다.

전세기와 헬리콥터 유람, 호텔 체류비 등으로 거액이 지출됐다는 것이다.

관광헬기 탑승의 경우 시간당 약 87만엔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세기는 한국과 일본 왕복에 1천만엔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암살대상 '0'순위인 황장엽씨의 경우 여객기를 이용했었다.

이를 두고 야당과 언론은 김씨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우가 상도를 벗어난 파격이었으며 '국빈급 예우' 였다고 지적했다.

납치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없이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테러리스트이자 일본의 여권을 위조한 범법자를 초청해 '정치적 퍼포먼스'를 하면서 국민 세금만 낭비한 것이 아니냐고 일본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나카이 공안위원장은 이에대해 김씨를 초청함으로써 납치자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납치피해자 가족들이 김씨로부터 위안받고 많은 정보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만큼 120%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지만 언론은 냉소적이었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