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지수 1780선을 탈환한 코스피 시장이 시가총액 1000조원도 달성할 수 있을까. 코스피 지수가 2년여 만에 1780선에 올라선 가운데 시총 1000조원 회복 여부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 물량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1810선 부근에서 시가총액 1000조원을 회복하게 된다. 상승률 기준으로 1.5%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94포인트(1.30%) 오른 1782.27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1780선을 회복한 것은 2008년 6월11일(1781.67) 이후 처음이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은 984조9617억원으로, 시총 1000조원에 15조383억원이 모자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코스피 지수가 시가총액 1000조원을 유지했던 때는 2007년 11월7일이다. 당시는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섰던 때(2043.19)로, 현재와 260포인트 넘게 차이난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생명 등 대형주 신규 상장에 힘입어 2000선 아래서도 코스피 시총 1000조원 돌파를 넘볼 수 있게 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 주변환경과 지수 상승 추세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이 머지않아 1000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유럽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재정 건전성 평가) 이후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추가적으로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국내 및 중국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격 부담이 있는 상황이지만 시총 1000조원까지는 단기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및 중국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가 증시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경우 부진한 경제지표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연착륙이 진행되며 긴축 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는 투자심리 개선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가 총액 1000조원 달성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규모의 경제가 갖춰졌다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최근 실적 모멘텀(상승요인)을 갖춘 종목들이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상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으로, 시총 비중이 큰 IT(정보기술) 업종이 호조를 보인다면 좀 더 빠른 1810선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급상 외국인과 연기금 매수세가 이러한 지수 상승 추세를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일까지 외국인과 연기금은 각각 9거래일, 1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펀드 환매 기조가 지수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박스권 돌파 과정에서 매물 소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급상으로 외국인과 연기금, 랩어카운트 자금 등이 지수 상승을 이끌 것"이라며 "현재 증시는 경기 민감도가 높아진 '매크로 장세'로,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3분기 안에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등이 증시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