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장인 2일 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다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의 '나홀로 매수'에 기관이 가담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외국인 · 기관의 순매수 금액이 1755억원에 그쳤는데도 지수가 23포인트나 급등한 데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투신)들의 주식 매도 압력이 줄면서 시장의 균형이 상승쪽으로 기운 데다 외국인이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 위주의 편식을 강화한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지난 달 연기금이 주요 종목을 고르게 매수한 것과 달리 외국인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3개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시켰다.

◆외국인 vs 기관 수급 대결

코스피지수는 이날 22.94포인트(1.30%) 오른 1782.27에 마감됐다. 외국인(695억원)에 더해 기관이 106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닷새 만에 순매수로 전환,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펀드 환매로 연일 매물을 쏟아내던 운용사들은 지난달 28일 2447억원에 달했던 주식형펀드 자금 유출 규모가 29일 1784억원,30일 677억원으로 점차 줄어들자 이날은 매도 규모를 252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박스권 돌파 이후 거래가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과 투신의 대결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매도 주체가 주춤하자 수급상 균형이 깨지면서 지수가 단박에 튀어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주가가 조정을 받아도 낙폭이 크지 않아 외국인과 연기금이 무작정 저가 매수하기보단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할 때 매수 규모를 늘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편식 심해진 외국인 '톱3'만 집중 매수
◆외국인 편식 심해

외국인이 지수 영향력이 큰 일부 종목에 매수세를 집중하고 있는 점 역시 제한된 '사자'에도 지수 상승폭이 컸던 이유로 꼽혔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했던 지난 3~4월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이 전체 매수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6%였지만 지난달에는 그 비중이 39.5%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상위 3개 종목의 매수 비중을 크게 높였다. 외국인의 전체 매수금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월 14.6%에서 6월 16.1%,지난달엔 19.1%로 올라갔다. 3월 매수 비중 3.3%로 3위였던 현대차도 지난달 외국인이 4248억원어치를 사들여 전체 매수금액(4조2905억원)의 10%에 육박했다. LG전자의 매수 비중도 6.7%로 크게 올랐다.

반면 연기금은 포스코(1259억원) LG(891억원) 우리금융(888억원) 한국전력(860억원) 등 순매수 상위 종목 간의 매수금액 격차가 크지 않았다. 운용사들도 LG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을 비슷한 규모로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제철은 외국인과 운용사,연기금이 모두 순매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펀드 환매 규모가 관건

특정 종목에 한정된 외국인 매수로는 증시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이 종목 선택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IT 자동차 등 주도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연구원은 "주도주 전망에 대한 논란에도 외국인이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1800선 돌파 이후 외국인에 의한 추가 랠리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며 "지수 상승의 관건은 펀드 환매가 줄면서 팽팽하게 유지돼 온 기관과의 대결 구도가 마무리될 것인가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