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7월 수출량이 전월 대비 7.7% 줄어드는 등 하반기 첫 달의 자동차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 밀어내기 물량이 집중됐고 7월이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내수 시장에선 기아차의 돌풍이 이어졌다. 'K5' 단일 모델의 판매량이 현대차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하반기 자동차 수출 '적신호'

현대자동차는 지난달에 24만405대를 수출(현지 생산 포함)했다고 2일 발표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선 21%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7.7% 감소했다. 기아자동차는 13만3903대를 해외에 팔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5.6% 늘어났지만 전월과 비교해 57대 줄었다.

르노삼성과 GM대우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 8574대와 6만7318대를 수출했는데 전월 대비 감소율은 16.7%와 6.9%를 각각 기록했다. 4631대를 수출한 쌍용자동차만 전월에 비해 4.8% 늘어났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자국 시장 점유율만 봐도 이 같은 추세를 짐작할 수 있다. 2008년 36.1%에서 작년엔 32.1%로 추락했으나 올 6월에 33.2%까지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의 역내 점유율도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8년 61.1%에서 작년엔 61.6%로 '선방'하는 데 그쳤지만 올 6월엔 63%로 껑충 뛰었다.

양은영 KOTRA 통상전략팀 차장은 "최근 일본업체들의 반격과 절치부심한 구미 선진국의 역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닛산은 최근 한 · 중 · 일을 단일 조달 권역으로 묶어 해외 조달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차값을 낮춰 경쟁력을 갖출 수만 있다면 라이벌인 한국의 부품을 쓰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이었다.

토종 기업들의 성장도 한국 자동차 수출의 걸림돌이다. 최선욱 KOTRA 상파울루 무역센터 조사역은 "6월 초 브라질 연방 세무국이 브라질자동차산업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산 수입차에 대해 세무 조사를 벌였다"며 "올 1~5월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하자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 역시 2008년 26%에서 작년엔 44%로 급증했다.

◆내수에선 기아차 돌풍


지난달 자동차 내수 시장은 현대 · 기아차의 형제간 격돌이 흥미를 자아냈다. 현대차는 지난달에 4만9055대를 판매해 기아차(4만5100대)를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상용차와 RV를 제외한 승용차 부문에선 기아차에 완패를 당했다. '쏘나타'를 앞세운 현대차가 2만4598대를 판매한 데 비해 기아차는 'K5'의 지난달 판매량이 1만105대에 달하는 등 2만9915대로 '형님'을 앞섰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1만2620대를 판매했다. 전월 대비로는 13.9%,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7.6% 감소하는 등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GM대우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꾸준한 수요에 힘입어 지난달 1만313대의 내수 판매를 달성했다. 전년 동월 대비 10.4% 성장한 것으로 4개월 연속 1만대 판매 기록도 세웠다. 쌍용차의 7월 내수 판매량은 2738대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