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은행들 '군기 잡기'에 나섰다.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직원 보너스에 신경 쓰는 시중은행들에 "무책임한 짓"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중기 대출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등 금융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즈번 재무장관은 최근 한 유럽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은 상반기에 발생한 대규모 이익을 보너스로 써버릴 게 아니라,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 대출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상반기 결산기를 맞은 영국 은행들이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된 데 이어 이 돈을 직원 보너스로 지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오즈번 장관은 앞서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직접 불러 '중소기업 채무자들을 압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경고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즈번 장관은 특히 "은행은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이들을 뒷받침해야 할 기본 책임을 갖고 있는 만큼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줘야 한다"며 은행의 경제 · 사회적 책임론을 강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경제분석가들에 따르면 로이즈 그룹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영국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약 84억파운드(15조5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 국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에 약 2000억파운드(37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서슬 퍼런 경고에 놀란 은행들은 협회 명의로 재무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일단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