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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UP '코리아 생산기술'] (1) "日 두달 걸린 제품, 우린 2주만에"…Q·C·D 3박자 갖춘 건 한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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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넛크래커'의 반격

    독창성·개발능력 겸비
    "단순 모방으론 필패" 위기감…속도·혁신 결합 노하우 찾아내

    아사다 누른 김연아
    日 고난도 '모노즈쿠리' 집착 때 탄탄한 창조적 기본기로 승부

    인해전술 안 무섭다
    저렴한 인건비 앞세운 中엔 발빠른 품질개선으로 차별
    [파워UP '코리아 생산기술'] (1) "日 두달 걸린 제품, 우린 2주만에"…Q·C·D 3박자 갖춘 건 한국뿐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있는 플렉스컴.모든 전자제품에 쓰이는 핵심 부품인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생산하는 이 회사에 올초 일본의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S사,H사 바이어들이 찾아왔다. 새로 개발하는 제품에 쓸 FPCB를 공급해줄 수 있는지 타진하기 위해서다. FPCB는 한국과 중국,일본 업체들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품질면에선 지금도 일본 업체가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세트업체들은 자국산 제품을 주로 써 왔다.

    하경태 플렉스컴 사장은 "(일본 바이어들이) 일본 FPCB업체들에 부품 개발을 의뢰하면 한두 달 걸리는데 우리는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어 2주면 충분하다고 했더니 정말이냐고 되물었다"며 "품질을 테스트해본 뒤에는 일본산 제품과 차이가 없다는 점에 한번 더 놀란다"고 설명했다.

    가격도 일본 바이어들을 흡족하게 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품질의 차이가 없는데도 일본 업체보다 20%가량 싸다. 일본 업체들이 FPCB를 만드는 금형기술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세트업체가 필요로 하는 개발 경쟁력과 품질을 갖추고 납기도 맞추는 데 있어선 한국 업체들이 앞서는 셈이다. 중국과 비교해도 한국 FPCB업체들의 경쟁력은 월등히 높다. 하 사장은 "중국은 원가경쟁력은 좋지만 휴대폰 등에 쓰이는 고부가 · 다기능 FPCB를 못 만들고,만들더라도 수율이 한국 업체가 90%라면 중국은 80~85%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고성능 FPCB 분야에선 이제 한국이 가장 앞섰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경쟁력은 생산성과 품질이 가른다. 남들보다 질 좋은 제품을 더 빨리,더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제조업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일본 제조업의 기술경쟁력,값싼 인건비를 토대로 한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른바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계),'샌드위치' 위기론이다. 하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위기를 보기좋게 넘겼다.

    [파워UP '코리아 생산기술'] (1) "日 두달 걸린 제품, 우린 2주만에"…Q·C·D 3박자 갖춘 건 한국뿐
    ◆한국 제조업의 부활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사이에서 (한국은) 샌드위치로 끼여 있다. " 2007년 1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경쟁국에 밀려 한국 기업의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작년에 발표한 112개국의 제조업 경쟁력지수를 보면 한국은 2000년 12위에서 2005년 9위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3위로 순위 변동이 없었으며 중국은 31위에서 26위로 다섯 계단이나 올랐다. 일본엔 여전히 밀리고 중국에도 빠른 속도로 추격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글로벌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136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세계 정보기술(IT)업체 중 1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사상 최대인 310만대를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했다. 영업이익률은 7%로 경쟁사를 압도했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플렉스컴 등 후방산업 분야에서도 일본,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비결은 뭘까. 김종호 서울산업대 공과대학장은 "과거 선진국 기술을 '카피'하는 방식으로 생산기술을 발전시켜온 우리 기업들이 이제 모방을 넘어 독창적인 생산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자 자동차 등에서 일본과 한국 기업의 역전현상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상용화 기술보다 리스크가 큰 기술에 집착한 반면 한국은 보편적 기술을 잘 소화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빗대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전략 · 전술의 차이"(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란 분석도 나온다. 동계올림픽에서 아사다가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회전)에 집착한 반면 김연아는 기본점수는 조금 낮은 기술을 시도하면서 시선 처리와 표정 연기 등 균형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 결과 금메달을 따낸 것처럼 기업 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생산기술이 경쟁력이다

    권혁천 생산기술연구원 기술지원본부장은 이 같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일본보다 기술력은 뒤지지만 더 놓은 생산성을 내고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선 밀리지만 품질은 더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를,중국 기업이 '저렴한 생산비용'을 주무기로 삼는데 비해 한국 기업들은 Q(quality),C(cost),D(delivery)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 경서단지에 있는 자동차 및 건설기계용 주물업체 '진흥주물'이 대표적인 케이스.연간 매출이 330억원에 불과한 이 중소기업은 지난해 미국의 군용자동차 제조회사에 300억원 상당의 주물 부품을 납품했다.

    3년 전 미국 회사의 바이어가 부품을 주문하기 위해 찾은 곳은 중국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중국 업체의 납품가격이 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 업체는 값은 쌌지만 품질과 납기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미국 측 바이어는 진흥주물로 눈길을 돌렸다. 진흥주물의 생산 단가는 중국 업체보다 높았지만 일본보다는 낮았고 주문일부터 납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결국 품질과 가격,납기란 세 가지 평가항목에 만족한 미국 회사는 진흥주물을 최종 납품업체로 선정했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과거 선진국 기업의 하도급기지 역할을 하면서 조립기술 경쟁력을 극대화한 데다 손재주가 좋다는 장점 등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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