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성장속도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30일 올해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2.4%(연율 기준)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2.6%보다 낮은 것으로 무역적자 확대와 소비지출 부진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뉴욕 증시와 나스닥은 개장 초부터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1% 안팎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상무부는 이날 1분기 GDP 증가율을 당초 발표된 2.7%보다 훨씬 높은 3.7%로 수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분기 GDP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5.6%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이후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니겔 가울트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초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과는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3분기에는 성장속도가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트 반 아크 컨퍼런스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하반기에는 GDP 증가율이 지금보다 더 낮은 1.6%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상무부는 GDP 증가율이 둔화된 데 대해 "2분기에 수출이 10.3%나 증가했지만 수입이 28.8%나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면서 미국 경제 성장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늘고 있지 않은 것도 성장 둔화의 요인이 됐다. 민간 소비지출은 2분기 1.6% 증가하는 데 그쳐 1분기 증가율 1.9%에 비해 둔화됐다. 반면 기업의 투자는 17% 증가해 200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상무부는 이날 최근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 수정치를 새로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7년 4분기부터 2009년 2분기까지 -4.1% 성장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발표 당시에는 -3.7%에 그쳤었다. 또 지난해 주택구매액의 하락폭도 당초 알려진 0.6%보다 2배나 높은 1.2%에 달해 1942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보였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