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그룹 회장 복귀가 앞당겨질 것 같다. 박 명예회장을 대신해 지난 1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박찬법 회장이 30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경영공백으로 금호아시아나의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박 명예회장의 조기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66세인 박찬법 회장은 작년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사의를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혈압과 스트레스,과로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서다. 올해 초부터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자리를 비울 수 없어 회장직을 지켜왔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의 워크아웃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데다 계열사 경영실적도 상당 부분 회복됐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2분기 매출 1조2388억원,영업이익 1775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금호타이어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 분기보다 214% 늘어난 669억원에 달했다. 계열사별 워크아웃과 자율협약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날 박 회장 사임과 관련, "당분간 그룹 회장을 따로 선임하지 않은 채 회장직을 비워놓을 것"이라며 "계열사 사장단과 채권단의 협의를 통한 자구노력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들이 당분간 각사 최고경영자(CEO)와 채권단을 중심으로 개별 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계열사 중심의 개별 경영체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그룹 경영 전반을 아우르고 조정하는 총괄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금호산업,금호타이어와 자율협약을 맺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전반에 대한 사업 조율과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작년 7월 일선에서 물러난 박 명예회장은 그룹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박 명예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전문 경영인이 마땅히 없다는 점도 복귀론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친동생인 박찬구 회장은 이미 올 3월 금호석유화학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