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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 따내기 전쟁…너도 나도 '청와대' 들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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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처는 지금…

    예산실 앞 긴행렬
    각 부처 사업계획서 산더미
    긴축재정으로 신경전 더해


    '음료 등 물품 반입을 일절 사절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과천 정부종합청사 기획재정부 4층 예산실의 한 사무실 문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다. 음료수를 사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산실 각 과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각 부처의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다.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배급을 타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재정부 예산실은 각 부처가 지난 6월 말 제출한 예산요구서를 검토해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야 하는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다. 예산 시즌이 되면 예산실은 각 부처들과 말 그대로 '전쟁'을 벌인다. 어떻게 해서든 예산을 확보하려는 부처들과 논쟁을 벌이며 너무 많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예산을 깎아야 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예산실과 각 부처 공무원들의 설전이 더 치열해졌다. 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장 기조를 유지했던 예산을 내년에는 줄이겠다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재정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7%로 예상되는 올해보다 내년 재정이 더 개선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을 더 빡빡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기존 사업들까지 재검토해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보니 각 부처들은 새로운 예산을 따내기는커녕 지키기조차 힘들어졌다.

    각 부처들은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를 제시하며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 부처 예산 담당 직원은 "이 사업은 청와대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니 꼭 예산을 줘야 한다는 말로 예산실을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서랍을 열어 수북이 쌓인 사업계획서들을 보여주며 "이 서류들이 모두 청와대 관심 사안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이라는 게 예산실 관계자들의 얘기다.

    예산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각 부처가 국가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달라는 사업계획서를 마구 쏟아내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막아야 하는 '골키퍼'라고 스스로에 대해 말한다. 한 예산실 관계자는 "직원들 몇 명이 각 부처가 총력을 기울여 만든 사업계획서 모두를 제대로 검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밤샘 일을 계속해도 몇 골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 신경전이 치열하다 보니 모두들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재정부 후문 쪽에 있는 흡연실에는 삼삼오오 모인 공무원들로 만원이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예산 시즌이야말로 재정부 공무원들의 파워를 실감하는 때라고 말하지만,정작 예산실 공무원들은 지금이 1년 중에서 가장 힘든 때라고 말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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