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구리) 납 주석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이 이달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잦아들고 미국 등의 경기 지표가 개선되며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어서다. 비철금속 재고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오는 9월부터는 성수기여서 당분간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9일 조달청에서 공급하는 전기동 비축물자 가격은 t당 2636만원으로 열흘 전인 지난 19일(2443만원)에 비해 8.3%(193만원) 급등했다. 같은 기간에 납은 10.9% 상승했으며 주석(순도 99.9%)도 7.9% 올랐다. 아연(6.6%) 합금용 니켈(5.7%) 알루미늄(2.5%)도 동반 상승해 6대 비철금속이 모두 오름세다.

조달청 공급가는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시세에 원 · 달러 환율과 물류비용을 감안해 정해진다. 지난 19일 달러당 1214원50전이던 원화 환율이 이날 1187.2원으로 내려왔는데도 비철금속 도매가격이 오른 것은 최근 LME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전기동은 LME에서 지난 19일 t당 6512달러였으나 전날 7145달러로 9.7% 올랐고,같은 기간에 알루미늄(6.4%) 납(12.2%) 아연(7.9%) 주석(8.9%) 니켈(8.6%) 가격이 크게 올랐다.

비철금속은 올 들어 경기 회복 기대로 급등하다가 지난 4월 말부터 유럽 재정위기 확산,미국 경기 둔화,중국 긴축정책 등의 여파로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6월 초에는 대부분의 품목이 연중 최고치(4월 중순)보다 30%가량 떨어졌다.

황영수 조달청 비철금속 책임연구원은 "비철금속 값은 지난 5~6월 기술적 바닥을 다진 뒤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과 재고 감소 등을 재료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윤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2일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를 계기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위험자산인 비철금속 값이 급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LME 기준 전기동 재고는 지난 2월 말 55만t에서 전날 41만t으로 줄어들어 작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니켈은 같은 기간 16만t에서 11만t으로 감소했다. 중국 상하이거래소에서도 아연 재고가 한 달 새 29만t에서 24만t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반기 원광석 값이 급등하자 부담을 느낀 비철금속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인 데다 수요가 예상보다 꾸준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생긴 데다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급등세는 주춤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철금속 소비의 40% 정도가 건설 부문에 쓰이는데 세계적으로 건축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 만큼 가을 성수기까지는 오름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겨울로 접어들면 다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연구원도 "전기동의 경우 저항선이 7500달러 정도인데 아직도 경기 회복엔 불안요인들이 남아 있어 저항선을 뚫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