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이 많은 여름철을 맞아 국내 패션 속옷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속옷 느낌의 '란제리룩'과 란제리가 겉으로 비치게 연출하는 '시스루룩'이 유행하면서 드러내 입는 패션 란제리와 체형을 보정해주는 기능성 속옷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또 속옷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젊은 남성들도 속옷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업계는 올해 국내 속옷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4%가량 늘어난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여름 란제리는 '볼륨&섹시'

속옷업체들이 여름 특수를 누리는 것은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2~3년 전부터 연예인이나 패셔니스타들 사이에 등장한 란제리룩(속옷처럼 노출이 심한 의상)이나 시스루룩(브래지어가 겉옷 위로 비치게 입는 것)이 최근 들어 20~30대 여성들에게도 대중화되면서 속옷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올 여름은 화려한 디자인과 볼륨감,섹시함을 강조한 스타일이 인기 제품으로 꼽힌다. 남영비비안의 란제리 브랜드 '비비안'은 올 5~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몸매를 보정해주는 '보정속옷'이나 '스포츠브라'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0%나 증가했다. 김희연 남영비비안 디자인실 팀장은 "얇은 의상 위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군살을 보정해주는 여름용 보정속옷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이랜드의 패션 란제리 '에블린'도 이달 들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늘었다. 비치지 않는 연한 컬러인 아이보리나 핑크 컬러는 10% 이상 매출이 줄어든 반면 블루 브라운 블랙 등 시스루룩을 연출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짙은 컬러의 제품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현진 에블린 마케팅 담당자는 "패션 트렌드를 접목한 전략 상품이 잇달아 히트하고 있다"며 "호피무늬의 '블랙 러시안'과 어깨끈을 노출시켜 입을 수 있는 '아쿠아 스플래쉬' 등이 대표적"이라고 소개했다.

젊은 남성들도 패션 속옷의 신소비층으로 떠올랐다. CJ오쇼핑은 속옷을 직접 구매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지난해 7월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이름을 단 남성 언더웨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5월 말 디자이너 송지오씨와 손잡고 '피델리아 옴므 바이 송지오'를 내놨다. 김태경 CJ오쇼핑 언더웨어 상품기획자는 "과거 30대 남성들이 '트렁크 팬티'를 선호했던 것과 달리 최근 몸에 밀착돼 섹시한 느낌을 주는 '드로즈 팬티'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억대 매장' 탄생

패션 속옷에 대한 수요가 늘자 한 달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도 등장했다. 예신피제이의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는 올 들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AK 수원점,롯데 부산점 등 3곳에서 월 매출 1억원을 넘겼다. 신세계 인천점에선 지난달 2억2000만원어치의 속옷을 팔아 지하 1층 매장(캐주얼 의류 포함)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4만~5만원대 브라 · 팬티 세트와 1만5000원짜리 남성 드로즈를 팔아 이 같은 매출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사업부 관계자는 "패션 의류처럼 속옷도 매주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패션 의류처럼 시즌마다 매장에 들러 구입하는 수요가 많아 올 5~6월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에블린도 20대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명동점,현대 신촌점,현대 목동점 등이 '억대 매장'으로 꼽힌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