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전국 30개 지방공기업 사장(CEO)들을 정부 중앙청사로 불러들였다. 부실경영 등으로 재정이 악화된 지방공기업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지방공기업들은 이날 신규사업 연기 · 보류,기존사업의 분양률 제고 방안과 함께 부채비율 축소대책 등을 중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맹형규 장관 주재로 전국 30개 지방공사 CEO들을 불러 재무구조 실태 및 개선방안을 보고 받고 자금운영 실태 등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이날 회의는 오후 2시부터 약 7시간 동안 비공개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SH공사,인천도시개발공사,강원개발공사 등 16개 도시개발공사는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신규사업의 경우 사업 착수시기를 가급적 늦추고 알펜시아,가든파이브 등 이미 추진 중인 개발사업은 분양률 제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부산도시공사는 부산 기장군에 조성키로 한 일광산업단지 등의 신규개발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토지매입 계약을 해지할 때 수수료 없이 원금을 보장하는 토지리턴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대금납부 기간(3개월)도 6개월~1년으로 연장해주기로 했다. 광주도시공사,전북개발공사,전남개발공사 등은 혁신도시 조성사업에 투입된 자금을 조기 회수하기 위해 이전대상 공공기관들의 부지매입 대금 적기납부를 독려하는 한편 공기 단축 등을 통해 이자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공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도화지구 등 구도심 재생사업과 영종도 밀라노 복합단지 · 브로드웨이 사업 등의 추진 시기를 늦추거나 조정하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시는 도개공에 사업구조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순위를 정하고,마케팅 강화를 통한 사업비 조기 회수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현재 1조8687억원인 자본금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SH공사는 마곡지구 토지보상,가든파이브(동남권 유통단지) 분양률 저조,시프트(장기전세주택)건설 등으로 지난해까지 부채가 크게 늘어났지만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만큼 재무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가든파이브의 계약률이 최근 70~80%까지 높아진 데다 신규사업의 시기조정 문제 등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어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메트로,부산교통공사 등 7개 도시철도공사는 원가 대비 55.5%에 불과한 요금 현실화율과 당기 순손실의 39.3%를 차지하는 무임승차비용(3252억원) 등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국비지원 등을 요청키로 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신설 도시철도 운영 · 유지 · 보수 사업 참여,동래역 등의 복합환승센터 조성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방안을 보고했다. 또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수송 인원 증대 방안과 함께 지하철 역사 내 임대시설 확충 등 새로운 수익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결과를 토대로 30개 지방공사의 재정상태를 등급별로 분류해 자체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지방공사는 약식진단,재정상태가 심각한 곳은 외무 전문기관에 의뢰해 재무구조 등에 대한 정밀분석을 실시하는 등 오는 10월까지 지방공사별로 맞춤형 처방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