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내부에서 행장을 뽑기 위해 12명의 전 · 현직 임원을 후보로 추려낸 뒤 임직원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내정자(전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와 최기의 전략그룹 부행장,이달수 KB데이타시스템 사장(전 국민은행 부행장) 등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말도 많았다. 옛 국민은행 출신들과 옛 주택은행 출신들은 서로 자행 출신을 행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편가르기를 한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출신지역이나 학교별로도 밀어주기 현상이 뚜렷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직원들을 분열시키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거셌다.

어 회장은 3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면접을 실시한 뒤 민 내정자를 낙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고 집행력 있는 성품과 덕장으로서의 이미지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국민은행 주변에서는 민 내정자 출신지역과 학교도 낙점 요인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민 내정자는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동국대를 졸업했다.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고려대를 나온 어 회장과 인연이 없다. 반면 최 부행장은 경남 진주,이 사장은 경북 성주 출생이다. 이른바 '영포게이트' 파문으로 특정 지역 출신을 국민은행장으로 선임키로 했다는 '행장 밀약설'이 터져나온 마당이라 이들을 행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부담이 됐을 것이란 게 금융계의 추측이다.

일부에서는 통합 국민은행이 출범한 이후 옛 국민은행 출신 은행장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