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3일 16개 시 · 도지사와 가진 간담회에서 던진 화두는'정치색 배제'다.

여야를 떠나 지역민의 입장에서 일해달라는 것이다. '6 · 2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중 10개를 차지한 만큼 정파를 떠나 국정 운영에 협조해달라는 메시지다. 4대강 문제에 대해선 "정치가 아닌 정책적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지역별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이 오가면서 간담회는 예정보다 1시간 더 진행됐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시종 진지하고 화기애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하는 만큼 지원할 것

이 대통령은 덕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6 · 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 · 도지사들이 모두 경험이 있고 능력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색채를 배제해 줄 것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단체장은 정치인이 아닌 '지역 일꾼'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를 떠나 여러분을 대하면서 정치적 생각을 갖고 대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여야 구분 없이 일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도 정치적 색깔보다는 지역을 발전시킨다,지역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든다,약자와 소상공인 이런 쪽에 중심을 두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당이 다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아예 염두에 두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을 도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협조가 덜 될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중앙과 야당 성향의 지방 정부가 정치적으로 대립하기보다 '일 중심'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당부인 셈이다.

◆4대강, 시간 필요 vs 지속해야

4대강 사업에 대해 김두관 경남지사는 "정부에서 수질 개선과 홍수조절,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경남도민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환경단체 회원이 함안보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는데 중앙의 협조를 많이 받아야 하는 지사로서 참 많이 고민되고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는 이어 "야당과 시민단체와 자리를 마련해 이른 시일 안에 정리를 해주시면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대강 사업이)여야를 나누는 싸움의 주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분명한 사실은 국민들 간 일정한 갈등이 되고 있어 통합으로 풀어내기 위해 대통령과 도지사의 정치적 지도력이 필요하고 합의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시간을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은 정치가 아닌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다른 지역의 강 문제까지 단체로 나서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의견을 내면 충분히 듣겠지만 다른 지역 강 문제까지 단체로 반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의견 수렴을 거치되 4대강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총력 다해야

이 대통령은 특히 친서민 정책을 위해 일자리 창출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 · 도지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기본이 되는 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며 "중앙과 시 · 도가 힘을 합쳐 한 자리라도 더 만들자는 생각은 여러분이나 나나 똑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비스업 선진화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아직 서비스업이 완전히 자리잡지 않아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며 "시 · 도지사들이 이에 앞장서 주고 특히 청년과 장애인,노인 등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고 김희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나는 공직자들에게 꼭 휴가를 가라고 부탁했는데 (시 · 도지사들도 직원들에게) 휴가를 많이 가도록 권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