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1120만유로'(약 9431억원).독일의 축구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집계한 역대 이적료 '톱10' 축구선수의 총 몸값이다. 가장 비싼 선수는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그의 이적료는 9400만유로(약 1500억원)로 사상 최고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카(6500만유로)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스타들의 영입으로 축구팬들의 눈은 즐거워졌지만 구단 경영자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구단 매출 증가세를 웃도는 선수들의 몸값 상승으로 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도 유럽 빅리그 매출 증가

글로벌 회계 · 컨설팅법인 딜로이트의 스포츠비즈니스그룹이 최근 발표한 '축구클럽 재무상태에 관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4대 빅리그 구단의 2008~09시즌 매출은 모두 전 시즌에 비해 늘었다.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지난해보다 4900만파운드(3%) 늘어난 19억8100만파운드의 매출을 올렸다. 독일 분데스리가(15억7500만유로),스페인 프리메라리가(15억100만유로)등도 4~10%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댄 존스 딜로이트 스포츠비즈니스그룹 파트너는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광고에서는 타격을 받았지만 좌석점유율이 매 경기 평균 90%를 넘었고 방송중계권료도 인상된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몸값에 영업이익은 반토막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유럽 빅리그 구단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유럽 빅리그 중 2008~09시즌에 영업이익을 올린 리그는 프리미어리그(7900만파운드)와 분데스리가(1억7200만유로)뿐이다. 프리메라리가 등 다른 리그들은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프리미어리그의 영업이익도 지난 시즌(1억8500만파운드)보다 57% 줄어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원인은 매출 증가세를 웃도는 선수들의 몸값 인상에 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2008~09시즌에 선수들에게 지급한 급여는 13억2727만파운드로 총 수입의 67%를 차지했다. 이는 전 시즌보다 1억3200만파운드 늘어난 것이다. 프랑스 리그1을 포함한 유럽 5대 리그의 2008~09시즌 급여도 처음으로 50억유로(7조7220억원)를 넘어섰다.

이런 인건비 부담 급증으로 포츠머스는 지난 2월 프리미어리그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지난해 호날두를 이적시키면서 확보한 9400만유로를 구단 채무조정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일 딜로이트안진 부대표는 "프리미어리그도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로 고심하고 있다"며 "한국 프로축구는 다양한 수입원 개발을 통한 매출 확대와 함께 내실을 기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