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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군·명성황후 '붓 길'에도 상반된 역사의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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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김구, 민영환·이완용 등
    정치적 대립각 세운 인사 서화전

    왕가의 '파락호'(난봉꾼)에서 대원군으로 신분을 바꾼 흥선 이하응(1820~1898년)의 난초 그림은 당대 최고로 꼽혔다. 중국에서도 '석파란(石坡蘭)'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추사 김정희(1786~1856년) 문하에서 난을 배운 흥선대원군의 작품 '총란도(叢蘭圖)'는 수 십개 난초의 잔뿌리까지 살려냈다. 거친 바람에 흩날리는 품새는 그의 인생유전을 보여 주는 듯하다.

    그와 정치적 대립각을 세운 명성황후의 서예 작품은 굵기의 변화가 없어 글씨로는 다소 밋밋하다. 그러나 망국의 한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녹아 있다. 대원군의 묵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술적 특징이다.

    조선 말 개화기에서부터 해방 이후 분단 정국에 이르기까지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처럼 정치적으로 대립한 인사들의 그림,서예,유서 110여점을 모은 이색 전시회가 23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막된다. 한국 근 · 현대사의 격랑을 쇄국과 개화(흥선대원군-명성황후),매국과 순절(이완용-민영환 안중근 이준 황현),항일과 친일(한용운 오세창-최린 최남선),좌파와 우파(김구 여운형 조소앙-이승만) 등으로 헤쳐온 인사들의 글씨나 그림을 조명한 전시회다.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병합한 지 100주년을 맞아 망국 전후 역사적 인물들의 필적을 통해 나라가 왜 망했으며 나라를 어떻게 되찾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다. 주제는 '붓 길,역사의 길'.고종의 글씨,민영익이 상하이 망명 시절 기거했던 집 '천심죽제'를 그린 작품,갑신정변 4인방(김옥균 홍영식 서광범 박영효)의 글씨,이토 히로부미의 시,한용운과 여운형 김구의 서예 작품도 포함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묵은 민영환의 유서다.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된 이 글씨는 자결하기 전 자신의 명함에 깨알처럼 쓴 것으로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국민에게 당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비해 이완용 박제순 조중응 등 '을사오적'은 어설프게 쓴 시를 통해 매국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통감으로 부임할 때까지 사용한 남산 녹천정을 소재로 쓴 시(칠언절구)의 차운(次韻)을 흉내낸 시작들로 내용이나 형식에서 냉소를 자아낸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글씨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 전 대통령은 1960년 신년휘호 '학식이 있으면 사상 · 언론이 자연히 밝아진다'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치적 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김구 선생은 먹의 번짐 효과를 노린 독특한 서체의 '헌신조국(獻身祖國)'으로 통일을 염두에 둔 민족주의 신념을 묘사했다.

    이 밖에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투척하기 전에 한인애국단에 보낸 선서문,안중근 의사의 글씨 '국가안위 노심초사',민영익이 중국 근대화가 오창석과 함께 그린 '묵란'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씨는 "망국이나 분단의 역사 인식에 대해 '외눈박이'의 한계를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역사적인 라이벌들의 그림과 글씨를 통해 오늘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8월31일까지.(02)580-13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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